7일 국내 대표 서브컬처 플랫폼 ‘크레페’. 한 창작자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본 딴 의상 디자인을 의뢰하는 글을 올리자 신청 가능한 자리가 11건에서 시작해 빠르게 줄었다. 작업을 하면 건 당 3만 5000포인트의 커미션을 받는데 1포인트는 1원에 상응한다.
이전에는 특정 커뮤니티나 카페,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서 알음알음 거래됐던 이른바 ‘오타쿠 콘텐츠’들이 양지로 나오고 있다. 서브컬처 콘텐츠의 창작자와 소비자를 직거래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생겨난 뒤 나타난 변화다. 한동안 비주류, 오타쿠 콘텐츠로 취급됐던 이들의 덕질은 세분화한 관심사를 표현하는 ‘마이크로 덕질’으로 거듭났다.
2022년부터 크레페를 운영하는 쿠키플레이스는 음지에 머무르던 덕질 콘텐츠 거래 시장을 활성화한 대표 주자다. 간편한 이용자 경험과 판매자에게만 부과하는 수수료 정산 체계로 빠르게 시장을 넓혔다. 지난해 4월만 해도 20억 원 수준이던 거래액은 지난 달 35억 원 수준으로 75%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회원 수는 32만 7000명으로 전년(21만 4000명) 대비 52% 늘었다.
업계에서는 크레페가 문을 열 때만 해도 서브컬처는 큰 돈이 안 된다고 여기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제는 이들을 보는 관점도 크게 달라졌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서브 컬처 시장은 50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하지만 해외까지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확연히 커진다. 아직 영문을 비롯해 외국어 번역이 안 된 상황에서도 해외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크레페 관계자는 “전체 이용자 중 해외 이용자가 8~10% 정도로 추정되는데 해외 결제액이 매달 7~8%씩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북미 중심으로 니즈가 커 현재 영문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는 마케터를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특한 점은 이용자의 절대 다수가 10~30대 여성으로, 20대 여성 비중은 전체의 75%에 달한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쉽사리 보기 힘든 구성으로, 침투율이 높아 투자 업계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른 커미션 중개 서브 컬처 플랫폼도 상황은 비슷하다. 커미션 중개 플랫폼 아트머그의 경우 쉽게 설계된 이용자 경험과 일러스트 카테고리가 다양해 많은 팬들을 확보 중이다.
또 다른 플랫폼인 위치폼의 경우 아이돌 덕질 콘텐츠들이 다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은 대체로 접근성과 커미션 수수료를 기준으로 경쟁하는데 판매자에게만 10%의 수수료를 떼가는 방식이다. 최근 커미션 중개 플랫폼 포스타입이 ‘발견 수수료’라는 명목으로 최대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용자들이 반발하면서 플랫폼 갈아타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브 컬처 시장이 확산되면서 크몽, 숨고 등 중개 거래 플랫폼에도 커미션이 거래되는 광경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주로 재능이나 기술 등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숨고에서도 외주 카테고리에서 특정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두상을 그리거나 캐릭터 드로잉 작업을 위해 올라오는 커미션 글이 늘어나고 있다.
박지혜 산업연구원(KIET) 서비스산업혁신실 연구원은 “기존에 서브 컬처 콘텐츠가 웹툰, 웹소설 등을 중심으로 나머지 콘텐츠는 비주류로 여겨졌지만 주류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며 “서브컬처 이용자들이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2차 창작물을 만들어 가고 있어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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