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계 중에는 ‘Bogey Avoidance’라는 게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보기 회피 능력’ 쯤 될 것이다. 보기 이상 타수를 친 확률을 구해 낮은 선수가 높은 순위에 오르게 한 통계다.
이 순위에서 올해 LPGA 투어 ‘대한민국 유일의 신인’인 윤이나는 17.50%로 95위에 머물러 있다. 버디 확률에서는 24.72%로 9위에 올라 있지만 결정적 순간에 나오는 보기 이상 나쁜 스코어 때문에 기대했던 성적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인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다케다 리오(일본)의 경우 버디 확률은 45위(21.73%)에 머물러 있지만 ‘Bogey Avoidance’ 통계에서는 9.15%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라 있다.
윤이나가 아직 ‘톱10’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요한 순간에 나오는 ‘더블보기’와 ‘연속보기’가 창공으로 훨훨 날아오르고 싶은 윤이나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올해 7개 대회에 출전한 윤이나가 더블보기나 연속보기를 범하지 않고 넘어간 대회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데뷔전이었던 파운더스 컵에서는 첫 날부터 2홀 연속으로 보기를 범하더니 2라운드에서는 3연속 보기와 2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컷 탈락의 쓴 맛을 봤다.
두 번째 출전 대회인 블루 베이 LPGA에서도 1라운드 때 3번 홀 더블보기를 범하더니 곧바로 4번 홀에서 보기가 나오면서 불안하게 출발했다. 2라운드에서는 더블보기도 연속보기도 없었지만 3라운드 때 ‘2연속 보기’와 최종일 ‘2연속 더블보기’를 범하면서 순위를 끌어 올리는데 실패했다. 그의 최종 성적은 공동 33위였다.
공동 22위를 기록한 포드 챔피언십에서도 무빙 데이인 3라운드 때 나온 3홀 연속 보기가 톱10을 향해 힘차게 나가던 윤이나의 발걸음을 제지했다.
T모바일 매치플레이에서 역시 16강행을 막은 게 3연속 보기였다. 로런 코글린(미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경기 중반 2홀을 앞서 나가다가 갑자기 3홀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 패배의 빌미를 줬다.
JM 이글 LA 챔피언십에서는 연속보기를 범하지는 않았지만 1라운드 첫 홀 더블보기와 최종일 나온 2개의 더블보기가 톱10 입상에 걸림돌이 됐다. 그의 최종 성적은 공동 16위였다. 첫 메이저 출전이었던 셰브론 챔피언십에서도 치명적인 연속보기와 더블보기 심지어 트리플보기까지 나오면서 공동 52위에 머물렀다.
1라운드 6번 홀에서 더블보기가 나왔고 3라운드에서는 3번 홀 보기에 이은 4번 홀 트리플보기가 치명타를 입혔다. 최종일에도 연속보기가 나왔다.
가장 최근 출전 대회인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에서는 첫 날 더블보기로 흔들리더니 2라운드에서 더블보기와 2홀 연속보기를 범하고 컷 탈락했다.
윤이나의 골프는 화끈하다. 그래서 그의 골프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버디도 많이 하고 보기 이상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톱10 입상을 위해서나 우승의 열매를 따기 위해서는 치명적 실수를 줄이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윤이나는 8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뉴저지 주 저지시티의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에 출전해 다시 톱10에 도전한다. 신인왕 경쟁자 중 한 명인 이와이 아키에(일본)와 베테랑 애슐리 부하이(남아프리카공화국)와 같은 조 맞대결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날아오르고 싶은 윤이나에게 내려진 특명은 ‘연속보기와 더블보기를 회피하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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