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일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선거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두고 당과 파열음을 내고 있는 김문수 대선 후보를 향해 “이제 와서 신의를 무너트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단일화 시한을 이달 11일까지로 재차 못 박았다. 급기야 김 후보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한 국민의힘은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압박했지만 김 후보는 “당에서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한다”며 대구·경북(TK)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김 후보는 또 찬반 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한편 7일 오후 단일화 상대인 한 후보를 직접 만나겠다고 예고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 후보가 스스로 한 약속을 기억해줬으면 한다”며 “이제 와서 신의를 무너트린다면 당원과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고 국민들도 더 이상 우리 당과 우리 후보를 믿지 않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 선출 이후 당무 우선권을 거론하며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미온적인 김 후보에게 경선 당시 약속했던 ‘신속한 단일화’를 상기시키며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셈이다.
또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달 11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권 위원장은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조사를 실시한 후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날 TK 지역 유세 중 이 소식을 접한 김 후보는 “당이 대선 후보에 대한 지원을 계속 거부하고 있다”면서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고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이럴 거면 경선을 왜 세 차례나 했나”라며 대선 후보로서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 측은 전날 국민의힘의 전국위원회(8~11일)와 전당대회(10~11일) 소집 공고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에 대비한 행정적 절차”라는 설명이지만 김 후보 측은 당헌·당규를 개정해 김 후보를 강제 사퇴시키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김 후보는 후보 자격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고 주장했다. 주요 당직자 중에서 처음으로 김 후보의 사퇴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것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한 후보와의 단일화 시점을 선거 공보물을 발주하는 이달 7일로 잡았다. 하지만 김 후보가 대선 후보 지명 직후 한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에 돌연 소극적으로 나오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2차 데드라인인 11일까지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김 후보 설득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대선 후보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김 후보의 반발에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김 후보는 페이스북에 ‘당무 우선권은 대선 후보의 전권 행사로, 김 후보는 현재의 비상대책위 해체 권한도 있다’는 내용의 홍준표 전 대구시장 인터뷰 기사를 올리기도 했다. 당 지도부가 자신의 동의 없이 단일화를 밀어붙일 경우 비대위 해체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종 데드라인은 국내 투표용지 인쇄일인 25일이다. 다만 한 후보로 단일화되더라도 ‘기호 2번’을 사용할 수 없다. 한 후보는 단일화 시점까지 국민의힘으로부터 선거 자금과 선거 유세 등에 있어 일체 지원을 받지 못한다. 김 후보로서는 자금 압박을 겪는 한 후보와 달리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여기고 소극적인 단일화 협상에 나선다는 게 상당수 국민의힘 의원들의 견해다. 이에 국민의힘은 7일 의원총회에 김 후보를 불러 후보 측의 입장을 듣겠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이날 밤 입장문을 내고 “7일 오후 6시 한덕수 후보를 단독으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이 약속은 후보가 제안했다”며 “단일화와 관련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쟁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어 전 당원 대상 단일화 찬반 조사에 대해 “당의 화합을 해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단일화에 개입하지 말고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 이 시각부터 단일화는 전적으로 대통령 후보가 주도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당 대선 주자가 단일화를 두고 사상 초유의 갈등을 벌이는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독주가 공고화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달 3~4일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김 후보(13%),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4%), 한 후보(23%)가 모두 출마하는 가상 4자 대결에서 47%를 얻었다.
김·한 후보 간 단일화를 전제로 한 3자 대결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압도적인 1위를 지켰다. 김 후보로 단일화할 경우 이재명 후보 49%, 김 후보 33%, 이준석 후보 9%였다. 한 후보가 나설 경우엔 이재명 후보 49%, 한 후보 36%, 이준석 후보 6%였다. 이준석 후보까지 포함한 범보수 빅텐트가 구축돼 양자 대결을 벌일 때도 이재명 후보 51%, 한 후보 41%와 이재명 후보 52%, 김 후보 39%로 각각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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