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들이 연 20조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업체는 그 수준이 10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빅파마와 비교해 절반이 안돼 R&D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존슨앤존슨은 매출 대비 19.4%를 R&D에 투자해 총 172억 달러(25조 원)을 연구·개발을 위해 지출했다. 이어 스위스 로슈 169억 달러(매출 대비 24.5%), 미국 머크 144억 달러(22.3%),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125억 달러(23%)를 투자했다.
반면 2023년 기준 한미약품(128940)은 매출 대비 12%를 R&D에 투자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절대 액수는 1818억 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녹십자(006280) 1795억 원(8.7%), 셀트리온(068270) 1611억 원(7%), 종근당(185750) 1402억 원(8%),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1446억 원(3%) 등을 연구개발에 지출했다. 절대적인 금액 측면에서 뒤쳐질 뿐 아니라 매출 대비 투자도 절반을 밑돈 것이다.
신약 기술개발 기술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조사 결과 미국 대비 70% 수준으로 6년의 격차가 있으며 일본에 대해서는 3년, 중국에 대해서는 1년의 기술 수준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한국은 1999년 신약 1호 개발에 성공한 이래 현재까지 39개의 신약을 개발하였으나 ‘혁신 신약’(First-in-class) 성과는 현재까지 없는 상황이다. 2023~2024년 동안 미국은 51건, 중국은 22건, 유럽은 19건, 일본은 16건의 혁신 신약 승인을 받아낸 것과 대조적이다.
윤형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팀 전문연구원은 “국내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 드러나 R&D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며 “이와 함께 민관 협력과 대형 과제 추진으로 자금·인력·기술을 결집하고 대학·연구소·기업 간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확립해 연구 인프라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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