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끝’ 남태평양의 오세아니아 섬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회가 처음으로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다. 남태평양 원주인들이 바다와 겪어온 삶이 흥미로운 유물과 설명으로 펼쳐진다. 오세아니아라고 하면 호주와 뉴질랜드, 캥거루와 코알라 등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과 함께 특별전 ‘마나 모아나-신성한 바다의 예술, 오세아니아’를 30일부터 선보이기로 하고 29일 언론에 공개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국내에서 오세아니아 문화 전시는 처음”이라며 “섬과 섬, 오세아니아와 세계의 ‘연결’, 그리고 미래 지향적 ‘공존’이라는 2개의 키워드로 전시가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특별전 제목인 ‘마나(mana)’는 폴리네시아어로 ‘모든 존재에 깃든 신성한 힘’을, ‘모아나(moana)’는 ‘경계 없는 거대한 바다’를 일컫는다. 전시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섬들의 세계, 오세아니아인들이 만든 대형 카누, 조각, 석상, 악기 등 유물 171건과 현대 작품 8점을 아우른다.
카누 뱃머리 조각 ‘도가이’, 카누 뒷부분을 장식한 조각 ‘타우라파’ 등은 바다를 길로 삼아 이동하고 정착한 오세아니아인들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신성한 힘을 담은 전사의 방패, 조상을 상징하는 ‘므와이’ 가면, 족장을 상징하는 의식용 도끼는 조상 숭배와 신성한 공간, 권력의 정당성을 제시한다.
또 무기이자 권위의 상징인 양면 곤봉 ‘우우’, 머리카락으로 만든 목걸이, 혈통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목걸이 ‘헤이 티키’에서 조상 숭배와 신화, ‘마나’와 ‘타푸’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시간과 존재에 대한 종교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유물은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현지에서 수집된 것이다. 18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남태평양을 탐험 또는 침략해서 획득한 물건들이다. 이들 유물이 프랑스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에 모였고 이를 이번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대여했다.
오세아니아인인 엠마누엘 카자레루 케브랑리-자크시라크박물관장은 “각 민족과 국가가 고유한 문화와 감수성을 가지고 함께 존재하는 것을 이번 전시를 통해 표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가 개막하는 30일에는 카자레루 관장과 오세아니아 담당 마갈리 멜랑드리 큐레이터의 강연도 열릴 예정이다. 전시는 9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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