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 대통령 자리에 앉히려는 시도는 신중하게 저지돼야 합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1799년 7월 21일 자신에게 세 번째 대선 출마를 권유하는 조너선 트럼불 주니어 코네티컷 주지사에게 거절의 편지를 보냈다. 법적 제약은 없었지만 임기를 마친 1796년 고별사에서도 밝힌 그의 불출마 의지는 완강했다. 이렇게 시작된 미국 대통령 2선 관례에 쐐기를 박은 이는 3대 대통령인 토머스 제퍼슨이다. 제퍼슨은 “(임기 제한이 없으면) 국민의 방종과 애착 때문에 노인이 돼서도 대통령직에 머물 위험이 있다”며 3연임에 반대했다.
오랜 관례가 깨진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1933년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임기 중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1940년 3선에 이어 1944년 4선에 성공했다. 1945년 사망하기까지 무려 12년간 계속된 그의 장기 집권은 미국 정치권에 경종을 울렸다. 오랜 논의를 거쳐 1951년 비준된 미국 수정헌법 22조는 ‘누구도 2번 넘게 대통령직에 선출될 수 없다’고 명시했다.
29일(현지 시간) 취임 100일을 맞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최근 ‘트럼프 2028’이라고 쓰인 모자가 출시됐다. 2028년은 다음 미국 대선이 열리는 해다. ‘트럼프 2028, 규칙을 다시 쓰세요’라고 적힌 티셔츠도 나왔다. 이미 ‘트럼프 스톰’에 시달리느라 지난 100일간 녹초가 된 세계 각국 입장에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문구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오락가락’이다. 앞서 “농담이 아니다”라며 헌법을 피해 우회적으로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을 내비치더니 최근 타임지 인터뷰에서는 “가능성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100일 만에 40%마저 붕괴된 최악의 지지율을 의식한 것일까, 아니면 헌법적 제약 때문에 한발 물러난 것일까. 확실한 것은 누가 2028년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이미 불붙은 ‘미국 우선주의’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뉴노멀이 된 글로벌 질서의 대혼돈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단의 대응 전략이 필요한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