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내용의 경제 부처 개편안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재명 전 대표가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마자 예산 기능의 대통령실·국무총리실 산하 편제,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등 작업을 공론화하면서 정부 조직의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다.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8일 정일영 의원 주관으로 국회에서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고 정부 조직 개편안을 논의했다. 6·3 대선을 앞두고 예산 편성권과 경제정책 수립 권한을 모두 갖는 기재부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전문가들과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다.
특히 이 후보가 전날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된 직후 기재부를 가리켜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상당히 있다.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서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힌 만큼 집권 시 기재부 개편은 불가피한 수순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재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전문가들은 모두 기재부에 몰려있는 권한의 분산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정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문제와 역성장 등 대내외 경제 상황이 심각한 가운데 기재부는 중앙 부처의 상왕 같은 권한을 갖고 정치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새로운 시대에 맞게 권한과 책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기형 의원도 “예산은 국민적,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야 하는데 기재부는 사실상 국회 예산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민주적 통제를 받지 않는 기재부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회에선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해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전담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산 편성은 국정운영의 궁극적 책임을 지는 대통령 직속으로 편제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실장 산하 재정기획관을 재정예산수석으로 변경해 예산 편성을 총괄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고 밝혔다.
하태수 경기대 교수는 “기재부 예산실은 기획예산처로 두는 것이 적절하다”며 “예산은 전형적인 행정자원으로 국무총리가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세입·외화관리·국유재산 관리 등 예산을 뺀 기재부의 잔여 기능은 재정부가 맡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금융 감독 조직 개편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 금융위원회 대신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해 금융감독 관련 법 제·개정을 담당하도록 하고 나머지 정책은 기재부의 기능과 통합하는 방안 등이다. 또 기재부 소속 외청인 통계청을 국무총리 산하 통계처로 승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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