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반도체 겨울론'을 제기했던 모건스탠리가 이번에는 미국발(發) 관세 우려를 '빙산'에 비유하며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내 실적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2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아시아는 최근 ‘메모리-빙산이 다가온다(Memory - The Iceberg Looms)’ 보고서를 발간하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실제 관세 영향은 빙산과 유사하다”며 “더 큰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어닝 시즌은 중요하지 않고, 대부분의 위험이 수면 아래에 숨어 있고 아직도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홍콩에서 활동하는 숀 킴(Shawn Kim)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가 대표 집필했다. 보고서는 PC 교체 수요 지연과 중국 시장 소비 심리 악화를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을 전망하면서 이는 미국 수출 규제 강화로 엔비디아 등이 인공지능(AI) GPU 출하량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콘퍼런스콜에서 "글로벌 고객들은 전반적으로 SK하이닉스와 협의 중이던 메모리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며 아직 관세 충격 여파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모건스탠리는 “HBM은 칩 패키징 용량 성장 둔화로 인해 더 큰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도 삼성전자(005930)는 ‘톱픽’(Top Pick)으로 제시했다. 그 이유로 삼성전자가 침체기에 방어력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현재 1배 미만으로 저평가 돼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국내 증권사들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수요 조정이 하반기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클라우드 업체들의 AI 투자가 둔화되는 추세인데다 내년부터 HBM 수요 증가가 불투명하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증권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8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내렸다. 이 밖에 신영증권(28만→26만 원), iM증권(21만→20만 원), BNK투자증권(31만→25만 원)도 최근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낮췄다.
다만 증권가는 모건스탠리 아시아가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2025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를 예상하고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2만 원으로 53% 하향 조정했던 사건도 떠올리고 있다. 당시 보고서 내용과는 달리 SK하이닉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9% 증가한 17조 6000억 원, 영업이익은 157.8% 급증한 7조 4000억 원을 기록헸다. 시장 기대치를 각각 2.3%, 12.8% 넘어서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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