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이달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 3인을 임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국민의힘 반대 속에 처리했습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유력한데요. 이처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판 과정을 거치면서 헌법재판소를 둘러싼 보수·진보진영 간 입법 경쟁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헌법재판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요. 1988년 창립 이래 최대 갈림길에 선 헌법재판소의 운명을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증인 강제 구인하고 심판 중단 불가…광주로 헌재 이전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헌법재판소 심판 과정에서 증인 불출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인의 강제 구인 근거를 마련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이른바 시간 끌기 전략이 우려되자 이 같은 법안을 내놓았는데요.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강제 구인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했습니다. 또 증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선서와 증언, 감정을 거부할 때도 처벌을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내란죄, 외환죄 등 국가 존립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범죄와 관련된 탄핵심판에 대해서는 정지할 수 없도록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현행법에는 피청구인에 대한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 중일 경우 재판부가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대통령과 같은 국가의 최고위 공직자에 대한 탄핵심판은 국가의 중대사이며 특히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범죄와 관련된 경우 신속한 심판이 요구된다는 주장입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12·3 비상계엄 이전에 헌법재판소를 광주로 이전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1987년 헌법 체제를 탄생케 한 밑거름으로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국가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소재하기에 광주가 적절하다는 이유에서인데요. 또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정치적 중립이 강하게 요청되는 국가기관이기에 행정 권력의 중심에서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게 민 의원의 주장입니다.
기각·각하 시 발의 정당이 비용 부담하고 직무정지 선(先)결정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심판이 각하 또는 기각된 경우에는 피청구인은 헌법재판소에 심판에 소요된 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아울러 탄핵소추를 발의한 소속 의원의 수에 비례해 정당들이 심판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는데요. 법안이 통과되면 탄핵소추의 남용이 방지될 것으로 박 의원은 기대합니다. 같은 당 김장겸 의원은 각하 또는 기각에 더해 탄핵소추가 권리남용에 해당할 때도 발의자의 정당에 비용을 청구하는 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의 정당성을 일정 부분 심사한 후 직무정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 시 직무가 정지된다는 현행 규정과 탄핵 남발이 맞물려 행정부가 사실상 마비됐다는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었을 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직무 정지를 판단하도록 하자는 주장입니다. 미국 등에서는 탄핵 심판이 끝나기 전까지 정상적인 국정 운영을 보장한다는 설명입니다.
서지영 국민의힘 의원은 접수된 순서에 따라 심판사건이 심리되도록 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먼저 접수된 한 권한대행 ‘탄핵정족수 권한쟁의심판’이 마은혁 ‘임명 보류 권한쟁의심판'보다 늦게 선고되자 내놓은 법안입니다. 서 의원은 심리 순서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어 헌법재판소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사건을 심리해선 안 된다는 주장으로 특히 청구인 등 당사자로서는 언제 사건이 종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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