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앳킨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임 위원장이 가상화폐 산업을 둘러싼 규제 환경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시사했다. 그는 규제의 불확실성이 업계의 혁신을 가로막아왔다며, 앞으로는 보다 명확하고 예측 가능한 규제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앳킨스 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 취임 이후 처음 주재한 SEC 가상화폐 원탁회의에서 "수년 동안 SEC가 규제 모호성을 방치함으로써 시장 혁신을 억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자산을 다루는 시장 참여자들은 명확한 지침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관련 규정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현재의 시장 환경은 기존 규제 체계가 심각한 재점검을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앳킨스 위원장은 "SEC는 독자적으로도 강력한 규제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의회의 추가 지원이 있다면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기존의 대립적이고 억압적인 규제 접근에서 벗어나, 시장과 협력하는 새로운 규제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가상화폐 업계에 대해 엄격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차별화된 행보를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가상화폐 성향을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으며, SEC는 리플 재단과의 오랜 소송을 합의하는 등 업계와의 갈등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편, 앳킨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가상화폐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이 백악관 정책에 대한 신뢰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주니어와 차남 에릭은 지난해 가상자산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l)'을 세워 트럼프 밈코인 등을 발행하고 있다.
또한 앳킨스 위원장은 미국 법규를 따르지 않는 해외 기업에 대해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재확인하며, 필요하다면 "중국 기업의 미국 상장 폐지도 단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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