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공천 개입에 이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한 고가 목걸이 수수 의혹까지 김 여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 범위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야 5당이 6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까지 발의한 만큼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지 않도록 검찰이 수사 속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강제수사 등 고강도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고검은 “피항고인 김건희의 자본시장법 위반 항고 사건에 대해 재기 수사를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이 지난해 10월 17일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기로 결정한 지 약 6개월 만이다. 당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김 여사 계좌가 일부 동원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거나 주·공범 등과 사전에 연락한 뒤 시세조종을 위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반면 서울고검은 주가조작 사건 공범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된 데 따라 관계자들의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형사부에 재수사를 맡겼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수사 당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본인 혐의와 김 여사와의 연관성을 부인한 데다 재판 진행 등을 이유로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는데 권 전 회장의 형이 확정된 만큼 다시 진술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주가조작 ‘선수’ 등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錢主)’로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다만 서울고검은 김 여사를 둘러싼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 무혐의 처분에 대한 항고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수사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수사 전선을 확대하면서 이번 수사가 속도전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6·3 대선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데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등 야 5당이 이날 특별검사법보다 수사 범위·규모를 확대한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을 재발의했기 때문이다. 현재 김 여사가 피의자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이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달 18일 지난 총선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왔던 김상민 전 검사에 이어 24일에는 구상찬 전 의원과 공재광 전 평택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해서도 소환 통보를 하는 한편 김 여사 측과 소환 일정, 방식 등을 조율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합동수사부(박건욱 단장)도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윤 모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만나 캄보디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또 윤 씨가 김 여사 선물 명목으로 6000만 원 상당의 목걸이를 전달하려 했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법의 경우 우선 시행해야 하는 특별법”이라며 “시행되면 검찰은 수사 중인 모든 사건을 특검에 넘겨야 해 사실상 수사 기한이 두 달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부담이 커진 만큼 김 여사 등 소환 조사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올 2월부터 김 여사 소환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못한 만큼 향후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여사 ‘황제 조사’ 논란이 있었던 데다 수사 지연 등이 검찰의 무능력이나 직무유기로 비칠 수 있는 만큼 고강도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 압박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이재명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는 이날 전남 나주를 찾은 자리에서 검찰의 재수사 결정을 두고 “앞으로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서 일할 수 있는, 개선될 수도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기존의 검경 수사가 형편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규모의 수사 인력이 필요하다”며 “특검의 칼날 앞에 서게 될 자들은 일찍 ‘순한 맛’으로 특검을 받을걸 그랬다고 땅을 치며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