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조직에 충성해왔고요,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은 자신의 군 생활 이력을 언급한 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검사 시절 윤 전 대통령을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한 발언이다. 윤 전 대통령은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을 수사할 당시 국정감사에 출석해 윗선의 부당한 수사 지휘가 있었다는 폭로성 주장을 하며 이 말을 남겼다. 소신 있고 외압에 맞서는 강골 검사 이미지는 이후 그의 정치적 자산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 문구를 김 대대장이 말할 때 줄곧 눈을 감은 채로 있다가 발언이 마무리될 때쯤 김 대대장을 응시하기도 했다.
김 대대장은 지난 14일 검찰의 주신문에서 계엄 당시 직속상관인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정당한 지시인지에 대한 판단과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자신이 하달받은 임무를 부하들에게 내려주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김 대대장은 이날 "누군가는 저에게 항명이라고 했다. 저희 조직은 철저하게 상명하복을 기본으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상급자 명령에 복종하는 건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을 때 국한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2월 4일 받은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겠나. 저를 차라리 항명죄로 처벌해달라"며 "제 부하들은 아무것도 안 했고 그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군이 다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게 제 뒤에 계신 분들(취재진)이 날카롭게 비난하고 질책하면서 감시해달라"며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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