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라도 비상계엄을 불법이라 봤기 때문에 앞장서서 막았습니다.”(한동훈 예비후보)
“한 후보는 보수 통합을 위해 대통령 후보를 그만두고 헌신하는 게 어떠십니까.”(나경원 예비후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이 19~20일 양일 간 진행된 첫 TV토론에서 격돌했다. 나경원·이철우·한동훈·홍준표 예비후보 등 당내 싸움꾼이 몰려 이른바 ‘죽음의 조’라는 평가를 받은 B조 토론회에서는 상대 후보를 향한 독설이 오가는 등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토론 참석자 중 유일하게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찬성했던 한 후보는 경쟁 주자들의 집중포화 속에 진땀을 흘렸다.
이날 B조 토론회에서는 한 후보와 ‘반탄(탄핵 반대)파’ 3인의 1대3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포문은 한 후보가 먼저 열었다. 그는 “계엄은 반대하지만 경미한 과오일 뿐이라고 보는 것은 결국 넓은 의미에서 계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후보에게 “아직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럴 말할 자격이 있느냐. (한 후보가) 우리 당 후보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대통령이 무슨 ‘내란’이냐. 권력을 잡으려고 내란을 하는 것이지”라고 맞받아쳤다. 나 후보도 한 후보를 향해 “대통령 경선을 하는데 왜 윤 전 대통령을 끌어들이느냐”며 “한 후보의 ‘내란몰이 탄핵 선동’ 때문에 이 지경이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홍 후보도 윤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내몬 비상계엄에 대해 “실질적인 피해가 없었던 2시간 해프닝”이라고 규정하며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탄핵 대신) 윤 전 대통령에게 자진 하야할 기회를 주자는 얘기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하며 급기야 인신공격성 질문도 이어졌다. 홍 후보는 “오기 전에 청년의 꿈(홍 후보 온라인 소통 플랫폼)에서 ‘이거 꼭 질문해달라’고 해서 몇 가지만 질문하겠다”며 한 후보에게 왜 키높이 구두를 신는지 물었고 한 후보는 “그런 질문을 하는 것 보니 청년이 아닌 것 같다, 그런 질문하시는 것 보면”이라고 답했다. 홍 후보는 이어 “생머리냐, 보정 속옷 입었느냐는 질문도 유치해서 안 하겠다”고 재차 비꼬았고 한 후보는 “유치하다”고 맞받았다. 나 후보는 한 후보가 당 대표 시절이었을 당시 불거진 일명 ‘당원 게시판 논란’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후보는 이날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용적율·건폐율 규제 완화, 청년층 주택 구입 지원을 위한 담보인정비율(LTV)와 취득세 폐지 등 부동산 공약도 내놓았다.
김문수 예비후보는 65세 이상의 출퇴근 시간 외 버스 무료 이용, 신규 공공주택 공급 물량의 25%는 노인 편의 시설 설치 의무화 뒤 고령층에 특별공급 등 세대 맞춤형 공약을 발표했다. 안철수 예비후보는 이날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던 김·나·홍 후보를 향해 “여전히 전광훈 목사의 생각을 따르고 그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겠다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을 치르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안 후보는 전날 열린 A조 토론회에서도 김 후보를 겨냥해 탄핵 책임론을 제기하며 “더불어민주당 전략이 다음 대선을 ‘이재명 대 윤석열’로 끌고 가려하는데 반성과 사과가 없으면 결국 이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해 필패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김 후보는 민주당의 30번에 걸친 ‘줄탄핵’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정에 대한 책임이 민주당에 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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