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관세 ‘치킨게임’의 여파로 중국 항공사가 미국 보잉사의 여객기 인도를 전격 연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지샹항공은 미국 보잉의 1억 2000만 달러(약 1711억 원)짜리 보잉 787-9 드림라이너 1기를 3주 내에 인도 받기로 돼 있었지만 이를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양국이 서로 부과한 관세로 여객기가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 상품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우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올해 중국에 부과한 누적 추가 관세율은 145%이고 중국의 대미국 보복 관세는 125%에 달한다.
서로 세 자릿수가 넘는 관세 ‘폭탄’을 안기며 최악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현 상황이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관세 전쟁의 여파는 이미 다른 기업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조차 이달 11일부터 중국에서 모델 S와 모델 X에 대한 신규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관세 폭탄을 피해 중국 밖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신규 주문을 더는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업과 소비자를 중심으로 ‘미국 불매’ 운동까지 확산 중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일부 식당들은 미국 손님을 받을 때 ‘웃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미국인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는 한 고깃집이 “미국 국적의 손님은 추가 서비스 비용으로 104%를 내라. 이해가 안 되는 게 있다면 미국대사관에 가서 문의하라”며 내건 안내문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104%라는 수치는 이 사진이 찍혔을 당시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겠다고 한 관세율로 추정된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미국 불매 리스트’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웨이보·더우인에서 돌고 있는 이 리스트에는 코카콜라·아이폰·테슬라·피자헛·맥도날드·스타벅스·나이키 등 미국 브랜드들이 포함돼 있다. 중국인들은 이를 대체할 중국 제품을 함께 언급하며 ‘애국 소비’를 장려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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