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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줄퇴사 가속화…낡은 제도에 흔들리는 우주개발 산실

지난해 퇴사자 28명 중 25명 40대 이하

비우주개발 분야 이직 사례도 눈에 띄어

동종업계 대비 낮은 임금에 구성원 상실감

젊은 인재 유치도 우려…"제도 개선 필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는 모습.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 분야에서 연구하던 한 연구원은 최근 대기업 가전사업부로 이직했습니다. 자동차 기업으로 간 사람도 있고요.”

나로호와 누리호를 개발하며 한국을 세계적인 우주 개발 국가 반열에 올리는 게 기여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서 최근 벌어진 일이다. 한국의 우주개발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항우연에서 20~30대 젊은 직원들의 줄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퇴사한 이들 중에는 다른 연구직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주개발과 동떨어진 직군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많다. 2030년 달 착륙을 위한 우주선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조직에서 인재 유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퇴사자 절반 이상 2040…이유는 ‘낮은 임금'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정년퇴직자, 직권면직자를 제외한 항우연 퇴사자는 총 28명이다. 전체 퇴사 인원은 2022년 10명, 2023년에는 17명으로 매해 50% 안팎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젊은 인력의 퇴사 비중이 높다. 지난해 퇴사자 중 20~40대 직원은 25명으로 2023년 총 퇴사자 수(17명)보다 많았다. 퇴사한 20~40대 직원 중 7명은 발사체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발사체 연구소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를 개발한 주역이다. 다누리 개발과 운영을 맡고 있는 우주탐사센터가 속해 있는 위성 연구소에서도 11명이 퇴사했다. 그밖에 현재 4차 누리호 개발을 준비 중인 나로우주센터, 항공연구소 등에서도 지난해 말 젊은 직원들이 항우연을 떠났다. 퇴직 후 이직처는 다양하지만 특히 기업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연구원 중에는 전기전자, 인공지능(AI) 전공자가 많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으로 이직이 가능하며, 원자력 연구원, 현대자동차 등으로 연봉을 크게 높이고 이직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퇴사 이유를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동종업을 수행하는 다른 기관에 비해 눈에 띄게 낮은 연봉은 항우연 연구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고질적인 문제다. 항우연 노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만 30세 기준 항우연의 박사 신입 초봉은 6226만 원 수준으로 우주항공청, 현대자동차, 한국항공우주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에 비해 현저히 낮고, 한국원자력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ADD),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과도 큰 차이가 났다. 만 50세 안팎의 책임연구원이 되어도 1000만~2000만 원대의 임금 차이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차가 쌓여도 임금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것이다.



과학기술 미래 방해하는 인건비 수권 예산 제도…올해는 바뀔까


항우연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은 그간 기획재정부가 정한 상한선 내에서 인건비를 운용하는 인건비 수권 예산 제도에 따라 임금을 책정해 왔다. 수권 예산은 연구 과제 수주액과 정부 출연금, 인건비 등을 포함한 출연연 예산으로, 출연연은 큰 프로젝트를 수주해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도 수권 예산 상한선을 넘어서는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

수권 예산 제도는 항우연뿐만 아니라 다른 출연연에서도 인력 이탈을 야기하는 문제로 꼽혀 왔다. 그 중 항우연의 경우 지난 2022년 누리호 발사 성공 등 국가적 사업이 성과를 낸 데다가 소속이 우주청으로 이관되는 변화가 생기면서 최근 몇 년간 내부적으로 임금 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구조적 변화 없이 일부 직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젊은 구성원들 사이에 불만이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

과학계 관계자들은 올해부터 출연연이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만큼, 인건비 제도를 총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항우연 내부적으로는 제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우수 인재 유치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항우연 지원자 중에는 서울대, 카이스트 출신이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이에 대해 항우연 측은 “항우연은 지난해 말 임금 인상을 이끌어내는 등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었다”며 “주어진 상황속에서 연구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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