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무역 불균형 해소와 한미 동맹 강화 등 통상·경제·안보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을 포함한 한국과의 협상을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이라고 표현하며 “양국 모두에 훌륭한 거래(deal)를 할 수 있는 조건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부과한 25%의 상호관세를 다른 현안과 연계해 포괄적으로 협상·조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가 끝난 뒤 “한국의 막대한 무역 흑자, 관세, 조선업,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알래스카 합작 투자, 우리가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 보호에 대한 지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상호관세를 낮추려면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에너지 구매 등에 한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한 대행은 “한국과 미국이 서로 윈윈(win-win)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협상을 통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가동해 정교한 협상 전략을 강구해 상호관세를 낮추고 관련 기업들과 협의해 조선 산업 협력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 LNG 총수입의 18% 수준인 미국산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되 알래스카 LNG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일본·대만 등과 아시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다각적인 협상 카드를 마련할 수 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서도 주한미군 주둔 비용뿐 아니라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 등 다양한 옵션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핵 잠재력 확보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상호관세가 발효된 9일 코스피는 2300선 아래로 내려갔고 원·달러 환율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인 1480원대를 넘어섰다. 복합위기가 증폭되는 상황이므로 정부와 기업·정치권은 적극 협력해 경제·안보 협력을 포함한 ‘윈윈 패키지 딜’을 마련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함으로써 국익과 안보를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이 최대 수준의 대미 투자국이자 일자리 창출국임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과의 포괄적 협상과 일괄 타결 과정은 새 정부까지 이어질 것이므로 대선주자들도 ‘패키지 딜’에 대해 초당적인 지지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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