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주요 3개국(G3)’을 목표로 하고 있는 한국이 실제로는 공신력 있는 글로벌 통계에서 언급조차 안 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술 개발에 있어 먼저 공격적으로 치고 나갔던 글로벌 빅테크들이 지난해부터 자체 AI 모델로 수조 원의 수익을 낸 반면 한국 기업들은 원천 기술 개발에 사실상 손을 놓으며 경쟁력 격차가 더 벌어진 결과다. 중국이 미국을 빠르게 추격하며 미중 2강 구도가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과 정부 지원이 모두 부족한 한국 AI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는 진단이 나온다.
9일 미국 비영리 AI 연구·조사 기관인 에포크AI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오픈AI는 ‘챗GPT’와 같은 자체 AI 모델 판매를 통해 23억 3000만 달러(약 3조 4595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구글의 AI 연구 기업인 딥마인드와 앤스로픽 역시 같은 기간 독자 개발 AI 모델로 각각 4억 6200만 달러(약 6859억 원), 2억 9300만 달러(약 43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에포크AI는 중국(딥시크·알리바바·바이트댄스), 프랑스(미스트랄AI), 심지어는 캐나다(코히어) 기업까지 언급하며 이들 기업이 자체 AI 모델 판매로 수천만 달러의 매출을 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한국 기업들의 경우 아예 분석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경우 올 1월 선보인 저비용·고효율의 모델 ‘R1’을 통해 올해 상반기 비(非)미국 기업 중 유일하게 1억 달러(약 1484억 원) 수준의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AI에 대한 정책도 변화하는 등 연속성이 떨어지는 까닭에 국내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며 “미국·중국에 비해 지원, 규제 수준, 정책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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