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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잇단 컷 오프에도 13개 대회 연속 출전 강행군 하는 이유…‘경험은 재산’ 지금은 ‘적응의 시간’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경기 도중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윤이나.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막 반환점을 돌았다. 이벤트를 뺀 정규 대회 32개 중 16개가 끝났고 이제 16개가 남았다.

최근 지인들로부터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윤이나는 요즘 왜 그래?”다. 지난 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상금과 대상 그리고 평균 타수 1위를 휩쓸었던 윤이나가 LPGA 투어로 옮겨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질문일 것이다. 올해 한국 선수 유일의 ‘LPGA 신인 윤이나’는 상반기 13개 대회에 출전해 6차례 컷 오프 되고 아직 ‘톱10’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기대가 많았던 만큼 실망도 클 것이다.

티샷 후 공을 바라보고 있는 윤이나.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LPGA 무대에서 성공한 선수들을 보면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데뷔 첫 해부터 두각을 보이며 신인왕에 오른 선수가 있는가 하면 뒤늦게 발군의 성적을 내는 어느 정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스타일도 있다.

현재 세계랭킹 20위 이내 선수만 봐도 신인왕 출신이 5명이나 되지만 신인 때 두각을 보이지 못했던 선수도 꽤 있다. 일단 신인왕 출신은 세계 2위 지노 티띠꾼(태국), 세계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세계 5위 유해란, 세계 10위 사이고 마오(일본) 그리고 세계 15위 고진영 등이다.

그린을 읽고 있는 윤이나.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반면 그 해 신인 랭킹에서 5위 밖으로 밀렸던 선수들도 5명이나 된다. 세계 4위 인뤄닝(중국), 세계 8위 마야 스타르크(스웨덴), 세계 12위 릴리아 부(미국), 세계 14위 로런 코글린(미국) 그리고 세계 19위 찰리 헐(잉글랜드)은 신인 때 그다지 존재감이 없던 선수들이었다.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인뤄닝은 2022년 신인 랭킹 13위였고 역시 세계 1위에 등극했던 릴리아 부도 2019년 신인 랭킹 꼴찌(26위)에 머물렀던 선수다. 현 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미국) 역시 박성현이 신인왕에 등극했던 2017년 신인 랭킹 3위로 그다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현재 윤이나의 신인 랭킹은 7위다. 최근 7개 대회에서 5차례 컷 탈락하면서 순위가 계속 밀리고 있다. 통계를 보면 그린 근처나 그린 위에서 실수가 많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컷 오프가 잦아지면서 분명 자신감이 많이 줄어들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실망은 하지만 좌절은 하지 않는다. 롱런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3월 초 블루 베이 LPGA부터 이번 주 팀 대항전 다우 챔피언십까지 한 대회도 빠뜨리지 않고 13개 대회 연속 출전을 강행하고 있다.

퍼팅을 준비하고 있는 윤이나.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윤이나 특유의 장타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현재 장타 랭킹에서 12위(276.93야드)에 올라 있다. 버디 본능도 여전하다. 버디 확률 부문에서 17위(22.22%)에 올라 있다. 버디 1위(26.67%)를 달리고 있는 코르다와도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골프에서 좋은 샷은 배신하지 않는다. 샷 좋고 버디 많이 잡는 선수는 어느 무대에서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걸 골프 역사가 증명한다.

다음은 윤이나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인터뷰에서 직접 얘기했던 것이다.

“심각하게 고민했어요. 내년에 미국에 있어야 하나 한국에 있어야 하나. 한국에 있으려고 생각을 처음에는 많이 했다가, 제가 준비가 됐나 많이 고민을 했어요. 미국에 가서 워낙 안 좋았던 사례들도 있고. 하지만 나중에 어떻게 결론이 났나 하면. 내가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생각 했어요. 노트에 막 적어가면서 장점 단점 적어가면서. 그러다가 다 지우고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 지를 생각해 봤어요. 그러니까 미국에 가서 제 골프를 성장 시키고 싶은 욕심이더라고요. 그래서 내년에 당장 못해도 되는 데, 저는 미국에 가면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금 믿고 있어서. 그러면 미국에 가자. 가서 열심히 해보고 잘 안되더라도 부딪쳐보고 그래도 그때 가서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돌아오더라도 미국에 가자.”

코스 공략을 고심하고 있는 윤이나. 사진 제공=AFP연합뉴스


지금 윤이나는 지독한 성장 통을 겪고 있다. 미국으로 가기 전부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꽤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고난을 극복한 선수는 더욱 단단해 진다. 실패에서도 분명 배울 것은 있다.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가끔 윤이나가 보내오는 소식은 ‘재미있다’ ‘많이 배우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다’ ‘기다려 달라’는 것들이다. 성적에 조급해 하는 건 ‘선수 윤이나’가 아니라 ‘윤이나의 팬’일 수도 있다. 지금은 마음의 응원을 보내면서 조용히 기다려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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