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충격파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이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3일(현지 시간) 완성차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된 데 이어 다음 달 시행될 예정인 부품 관세까지 더해지면 자동차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는 생산 중단과 감원 등 관세 쇼크가 이미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다음 달 3일 전에 관세 부과가 확실시되는 자동차 부품 산업의 피해가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는 이달 캐나다와 멕시코의 일부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직원 900명을 해고했는데 이들은 주로 엔진과 기타 부품을 만들어왔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품에 얼마만큼의 관세가 적용될지를 놓고 업계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완성차 업체의 한 고위 임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자동차의 어떤 부품을 의미하는지, 엔진에 있는 나사 하나하나가 모두 대상인지 알 길이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FT는 “자동차의 각 구성 요소가 어디에서 공급되는지 파악하느라 업체들이 진땀을 빼고 있다”며 “생산 계획도 세우지 못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관세 영향을 감안해 완성차 업체들이 조립 라인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부품사들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짚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부과가 시작된 완성차 관세 여파로 미국 항구에 수입 자동차들이 몰려 포화 상태에 이르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영국 재규어와 랜드로버, 독일 아우디 등은 미국 항구에 하역한 차량의 출고를 보류했다. 이로 인한 차량 보관비로 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실정이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대로 제조 기반을 단기간에 미국으로 옮기는 것도 어렵다”며 “대규모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의 자회사 BMI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했다. 이전 전망치는 2.6%였다. 애널리스트들은 일본·한국·독일·멕시코·캐나다 기업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전망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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