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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회 인하 vs 오히려 올려야’…연준, 무역전쟁 속 금리 딜레마

무역 전쟁 시작…경기둔화·물가상승 둘 다 걱정

‘금리 내려 침체 준비냐, 올려서 물가 대비냐’ 기로

시장, 관세 발표 연내 인하 전망 3회→4~5회

더들리 전 총재 등은 인플레이션에 금리 인상 전망

트럼프의 인하 압박 변수…연준, 관망 유지할 듯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1기 집권 당시인 2017년 11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총재를 선임한 뒤 그의 연설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인플레이션 당시와는 또 다른 정책 난관으로 몰리고 있다. 관세의 충격이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두 가지 모두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연준은 금리를 내려 침체에 대비할 지, 또는 금리를 인상해 인플레이션의 재발을 막을지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8일(현지 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연내 연준의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늘리고 있다. 현재 시장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4차례 인하할 확률(약 33.9%)을 가장 높게 보고 있고 5차례 인하 확률(32.1%)도 높다. 상호관세 발표 전인 1일에는 연 3회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이는 무역 전쟁이 침체를 몰고 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둔 전망이다. 실업과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정석 대응은 기준금리 인하다. 기업과 가계가 더 싸게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수요를 끌어올려 기업의 고용을 지원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원리다. 최근 JP모건은 미국 경기 침체 확률을 40%에서 60%로 올렸으며 골드만삭스는 35%에서 45%로 높였다. 이날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가 올 가능성이 (피할 가능성보다) 더 크다”며 “침체가 발생한다면 추가 200만명의 실직할 것이고 가구당 소득은 5000 달러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관세 정책처럼 경제 둔화의 원인이 공급 측면에 있을 경우에는 금리 인하를 통한 정석 대응은 어려워진다. 공급량이 줄고, 생산비용이 올라 가격 상승 압력이 커 금리 인하까지 겹칠 경우 자칫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이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독립 이코노미스트인 오마이어 샤리프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중국에 대한 50% 추가관세로 0.35%포인트, 기존 발표한 관세로 2%포인트 더 높아진다고 봤다. 이를 기존 인플레이션에 더할 경우 관세 영향에 따른 미국 인플레이션은 4.6%에 이를 전망이다.



연준의 딜레마도 이 지점에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총재 등 연준 내부에서는 물가 상승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파월 의장은 최근 “높은 관세가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향후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크다”면서 “관세가 적어도 일시적인(temporary)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 영향이 더 지속적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애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도 전날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순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관세 충격이 예상보다 클 수 있어 오히려 강한 인상이 필요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지낸 빌 더들리는 “관세와 같이 생산성에 타격을 주는 이런 형태의 쇼크는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 기대가 길게 이어지는 특징이 있다”며 “1970년대 두번의 석유파동을 생각해보면 두번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됐고 기준 금리를 20%로 올려 경제를 더 깊은 침체로 몰아넣어서야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 역시 인플레이션에 대해 더 우려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인하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연준은 한동안 관망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다. 아직 관세율을 둘러싸고 미국과 상대국의 협상이 진행 중인데다 관세의 여파가 물가와 성장에 나타나는 시차도 있기 때문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지난해 기준금리를 1% 인하함으로써 정책이 적당히 제약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좋은 위치에 있기 됐다”며 “이에 우리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나갈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을 쌓았다”며 관망 기조를 지지했다. 그는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실수를 범하기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둔화 징조가 나타날 수록 행정부 인하 압력과 불응하는 연준 사이 갈등도 증폭 될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지금이 연준 의장 파월이 금리를 인하하기에 완벽한 시기”라면서 “금리를 인하하라, 제롬. 정치를 하는 것은 중단하라”라고 금리 인하를 재차 압박했다. 파월 의장은 관련 질문이 있을 때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며 행정부의 영향력을 거부하고 있다.

웰스파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사라 하우스는 “연준은 지금 매우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다”며 “연준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금리를 동결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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