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가가 운영하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8월 미국산 고사양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론 중국에서 제조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공개한 제품 사양과 스마트폰 생태계의 공급망을 고려할 때 완전한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 제품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17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글로벌 기술분야 컨설팅 업체인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전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산으로 광고하고 있지만 이 제품은 초기에는 중국에서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에는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제조 역량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은 전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 ‘T1’을 499달러에 8월 출시한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양에 따르면 T1에는 6.8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5000만 화소 카메라 등이 탑재된다.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측은 새 스마트폰이 내러배마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에서 제조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사양과 가격을 맞출 수 있는 해드웨어 제조사는 샤오미나 오포와 같은 중국 업체 뿐”이라며 이를 반박했다.
다른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IDC의 부회장 프란시스코 네로니모 역시 “해당 제품이 처음부터 새로 설계 됐을리는 없다”며 “미국에서 조립되거나 전적으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해당 가격 수준으로 제품을 설계해 제조 능력을 갖추고 있는 중국 등 해외 ODM 업체들이 생산을 맡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수석부사장이자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트럼프 대통령 차남 에릭 트럼프는 전날 팟캐스트에 출연해 초기에는 해외 생산이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결국에는 모든 스마트폰이 미국에서 생산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제조업을 미국으로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조립되더라도 부품은 중국 등 세계 각국의 제품을 수입해 쓸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테면 6.8인치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또는 중국의 BOE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다. 특히 스마트폰 프로세서는 제품 가격대를 고려할 때 대만의 미디어텍 칩을 사용해야 하며, 퀄컴 칩을 쓴다 하더라도 역시 대만 생산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CNBC의 관측이다. 존스홉킨스대 캐리 비즈니즈스쿨 교수인 팅롱 다이는 “해당 디스플레이와 메모리, 카메라, 배터리 등 모든 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진정한 미국산 스마트폰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려면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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