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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매화나무

도종환


아버지는 마당에 있는 매화나무를 만져보라 하셨다

나무둥치는 밋밋하고 건조했다

아버지는 차고 맑은 매화꽃을 좋아하셨지만

꽃 피어 있는 날은 며칠 되지 않았다

매화나무도 대부분의 날을 꽃 없이 지냈다

특별할 게 없는 하루를 잘 사는 게 중요했다

평범한 일상을 반짝거리게 만드는 건 쉽지 않지만

밋밋한 하루하루가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



촉촉한 날보다 건조한 날이 더 많지만

그런 날들도 소중하다는 것

그걸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을까

아버지는 더 말씀이 없으셨다

돌아가시던 날도 매분에 물을 주라 하셨다 (하략)

매화나무뿐이랴, 대부분의 들풀과 나무들이 꽃 없는 날들을 더 오래 보낸다. 대나무는 평생 꽃 없이 지내다가 생애 단 한 번 꽃을 피우고 죽는다. 세기의 식물 용설란도 백 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죽는다. 무궁하다는 무궁화 나무도 꽃 없는 날이 훨씬 더 길다. 꽃이 생의 정점인 것도 아니다. 잎과 열매를 다 떨군 채 애써 내보일 것 없이 고요한 겨울나무가 생의 절정인지도 모른다. 특별하지 않은 오늘이 특별한 날이다.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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