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은 끝났습니다. 이 시장은 이념적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들과 그들이 자초한 실수들에 의해 무너졌습니다.” (에밀리 바워삭 힐, 바워삭 캐피털 파트너스 CEO)
#“시장은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기업들이 투자를 동결하는 상황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가벼운 침체가 아닌 그보다 심각한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전제로 투자자들은 거래하고 있습니다.”(피터 말록, 크리에이티브플래팅 CEO)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와 그에 대응한 중국의 보복 관세 발표로 미국의 경기침체 공포가 더욱 커지면서 미국 뉴욕 증시가 이틀 연속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두 거래일 동안 뉴욕 증시에서 증발한 자금이 5조달러(약7300억 달러) 라고 추산했다. 이전의 가장 큰 이틀 간 폭락은 코로나19때로, 2020년 3월 11일과 12일 이틀 동안 주식 시장 가치는 4조4,000억 달러가 감소했다. 현 시점에서 시장이 느끼는 상호관세 충격은 팬데믹 당시보다 크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장 마감 전 트루스소셜에 “약자만이 실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관세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S&P500, 6% 급락…중국 ‘맞불 관세’에 침체 공포 추가 확산
4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274.56포인트(-5.61%) 떨어진 3만8271.37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23.97포인트(-6.00%) 폭락한 5072.5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964.99포인트(-5.83%) 미끄러진 1만5585.6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시장은 장 초반부터 하락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졌다. 중국이 발표한 보복 관세의 여파를 시장이 시간이 갈수록 더 이해했고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무원은 뉴욕 증시 개장 전 “오는 4월 10일 낮 12시 1분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34%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34%의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보복관세다. 중국은 이 조치 외에도 미국 기업들과 자국 광물자원 수출에 대한 각종 규제도 잇달아 발표하면서 전방위 무역 보복에 나섰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금리 인하에는 사실상 선을 그은 것도 시장에 우려와 실망을 더 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관세의 경제 영향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면서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과 성장 둔화를 포함할 것”이라면서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가 통화정책 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의 관망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노동부 고용보고서에서 3월 비농업 고용이 예상을 크게 웃돈 22만8천명 증가해 3월까지 양호한 노동시장 상황이 이어졌음을 확인했지만, 상호관세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크게 끌지 못했다.
시장 불안감은 옵션 거래 현황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따르면 이날 풋옵션 계약은 5200만 건 이상 거래됐다. 올해 평균 거래량인 2500만 건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풋옵션 거래 증가는 시장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하락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산업 수요 전망을 반영하는 국제 원유 가격은 글로벌 침체 전망에 함께 폭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4.96달러(7.41%) 떨어진 배럴당 61.99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4.56달러(6.50%) 내려앉은 배럴당 65.58달러에 마무리됐다.
디즈니에서 닭발까지…관세는 美 기업에 어떻게 부메랑이 되나
시간이 갈수록 관세의 영향이 미국 기업에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 지에 대한 정황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디즈니가 대표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즈니의 소비자제품 부문이 관세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이 사업 부문은 엘사 드레스나 광선검, 아이언맨 액션피규어 등을 판매하며 회사 매출 비중은 5%,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다. 디즈니에 따르면 브랜드 제품은 100개국 이상에서 약 4만3500개의 시설에서 생산된다. WSJ는 “미국에 대한 외국 관광객의 반감이 커지면 사람들이 미국이나 중국, 일본, 프랑스에 있는 디즈니 테마파크에 갈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디즈니의 주가는 5.31% 하락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중국 보복 관세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美 에너지정보국에 따르면 미국이 1월에 수출한 ‘원유 및 기타 석유 제품’의 8% 이상이 중국 수출 물량이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던 원유 및 석유제품 물량을 이란이나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로 부터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미국 에너지 기업인 셸의 주가는 8.08% 급락했으며, 엑손모빌은 7.2%, 셰브론은 8.22% 떨어졌다.
정육업체들도 중국의 보복 관세에 타격을 받게 된다. 타이슨푸드나 필그림스프라이드, 웨인샌더슨팜과 같은 닭고기 가공업체는 미국 내에서 잘 소비되지 않는 닭발 등을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홍콩에 대한 닭고기 수출은 6억 달러다. 관세로 미국산 닭발 가격이 오른다면 현지 시장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이날 타이슨푸드의 주가는 5.5% 하락했고 필그림스프라이드는 2.02% 하락했다.
관세 강행 시사 트럼프…“오직 약한 자만 실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장 하락 후 이날 오전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지금은 “부자가 되기에 좋은 때”라고 썼다. 그는 “미국에 와서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드리는 말씀은) 제 정책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 더 부자가 되어라”라고 말했다.
이후 이날 장 마감 무렵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오직 약한 자만 실패한다(ONLY THE WEAK WILL FAIL!)”고 적었다. 오전 게시글의 연장선으로,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며 위축 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투자자 심리는 극도로 위축됐다. 개인투자자협회의 주간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6개월 동안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은 62%로 이는 2009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그 자체로 경제에 위험요인이 된다. 로이트홀트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더그 램지는 “시장의 움직임은 경기 침체를 외치고 있다”며 “시장의 움직임 자체가 종종 우리를 결기 침체로 몰아넣는 최종 촉매가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외무장관 회의에서 “글로벌 무역의 규칙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기업들은 그 규칙에 적응할 것”이라며 “경제가 붕괴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하락하는 이유는 미국에 나쁜 생산 방식을 기반으로 주식 가치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인 스티븐 미란은 폭스 뉴스에서 “과도한 무역 불균형과 세계화의 역효과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게 아니며 하룻밤에 고쳐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조정 쇼크는 불안정하겠지만 그것이 게임의 이름”이라고 곧 진정될 것이라는 시각을 내비쳤다.
월가 일각에서도 이틀간의 급락으로 주식의 매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JP모건자산관리의 데이비드 레보비츠는 "주식이 저렴해질 수록 우리는 더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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