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있던 사람들 다 한남동으로 다 갔어. 청년도 얼른 6호선 타고 이동하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2시간 남짓 남겨둔 4일 오전 9시 20분께 집회 중심지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은 이상하리만치 텅텅 비어 있었다. 당초 이곳에서 집회를 예고했던 전광훈 목사 측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가 전날 밤늦게 급히 한남동으로 장소를 변경했기 때문이다.
간밤 엄마부대 집회 후 열명 안팎 사람들만 남아 의자와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연단에 설치된 TV 역시 광화문 대신 한남동 집회 현장을 생중계 중이었다. 용산에 채 가지 못한 소규모 인원만 남아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근처 모텔에서 자고 아침부터 나왔다는 남성 A(77) 씨는 “광화문 앞에서 모여서 한남동을 가기로 해서 일단 기다리는 중”이라며 “매일 시위 나왔는데 잘 돼야 한다. 탄핵이 기각되면 신나서 춤이라도 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혼자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왔다는 손용기(74) 씨도 “만장일치 기각을 예상한다”며 “대통령이 바로 복귀할거니 이제서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핵 찬성 측의 근거지인 인근 경복궁과 광화문광장 일대 역시 출근 중인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민중당 측에서 다섯명 남짓의 사람들이 나와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등을 구호를 외치는 것 빼고는 시위대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경복궁 앞에 길게 설치된 천막농성장에도 사람이 두세명 남짓밖에 없었다. 돌담 쪽에 깃발을 들고 있는 참가자도 열 명 안쪽으로 보였다.
안국역 쪽으로 10여분 정도 걸어가 동십자각 인근에 도착하자 비로소 50명 안팎의 찬성 측 집회 참가자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안국역 사거리에서 동십자각으로 가는 길에는 큰 스크린이 스피커 트럭 위에 설치돼 있었다. 바로 앞 민주노총 측 노조원 50명이 앉아 있었고 무대 뒤쪽으로도 30여명이 앉아 있었다. 아직 탄핵 선고를 1시간 이상 남겨둔 터라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으나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도 기대감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탄핵 찬성 집회에서 만난 정순희(64) 씨는 “파면의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아침부터 강남에서 혼자 왔다”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전광훈처럼 교회인 척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목사라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라는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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