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를 이틀 앞둔 31일 아시아 주요 증시가 급락했다. 트럼프발 관세정책의 타깃이 된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이 직격탄을 맞으며 일본과 대만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날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5% 하락한 3만 5617.56엔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00엔 넘게 하락하며 약 6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밀렸다. 대부분의 구성 종목들이 하락한 가운데 특히 상호 관세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도체와 자동차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락했다. 반도체 기업에서는 르네사스(-11.21%), 도쿄일렉트론(-6.57%), 어드반테스트(-7.65%)가, 자동차 기업들 중에서는 혼다자동차(-5.25%), 닛산자동차(-4.03%)의 낙폭이 컸다.
대만 자취엔지수 역시 이날 하루에만 4.20% 급락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4.41%)와 폭스콘 모회사 홍하이정밀공업(-5.19%)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따른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다.
중국 본토와 홍콩 시장 역시 무역 전쟁 공포를 피하지 못했다. 중국 CSI300지수는 0.66% 하락했고 미국의 관세정책에 민감한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1.14% 하락했다. 특히 홍콩 시장에서는 샤오미(-3.33%), 비야디(-3.05%) 등 빅테크와 자동차 종목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호주 S&P/ASX200지수도 호주중앙은행(RBA)의 통화정책 회의를 하루 앞두고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1.74% 내렸다.
금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3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3거래일 연속 고점을 높여갔다. 금 현물 가격은 한국 시간 이날 오후 한때 온스당 3127.88달러로 신고가를 새로 썼고 한국 시각 오후 5시 11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1.38% 오른 3126달러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역 전쟁으로 인한 증시 약세가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SMBC신탁은행의 야마구치 마사히로 투자조사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인한 악영향이 단순한 투자심리 위축을 넘어 실제 경제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닛케이지수가 3만 5000엔을 하회하면 2차 바닥을 시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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