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들의 주식 차입이 이달 들어 전월 대비 약 4배 급증하면서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시장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신용거래 융자 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공매도에 따른 주가 하락까지 현실화하면 대규모 반대매매로 인한 연쇄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25일 기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차입 수량은 총 3억 8714만 409주로 지난달 전체인 1억 58만 2176주와 비교해 약 3.85배 급증했다. 특히 이달 전체 차입 수량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61.88%로 지난달 37.27%에서 크게 늘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화된 공매도 거래 시스템은 매도 가능 잔액을 확인해 무차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차입 물량 확보가 전제돼야 공매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음 주부터 시행될 공매도 거래가 외국인을 중심으로 본격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외국인의 차입 수량은 급증했지만 외국인이 대여한 수량 비중은 지난달과 큰 차이가 없어 차입 수량이 공매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대차 잔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5일 기준 대차 잔액은 총 63조 7568억 원으로 지난달 25일(54조 3954억 원) 대비 약 10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대차 잔액은 상환되지 않은 차입 물량을 뜻하며 잔액이 많을수록 공매도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005930)의 대차 잔액이 7조 2118억 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SK하이닉스(000660)(3조 7531억 원), LG에너지솔루션(373220)(3조 6073억 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1조 6726억 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대차 잔액이 높은 종목들이 코스피의 주요 종목들에 대거 포진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개인투자자들의 신용거래 융자 규모는 이달 초부터 18조 원을 넘어서며 지난해 10월 수준을 회복했다. 개인들의 레버리지 투자가 늘어난 가운데 공매도 압력이 본격화될 경우 손실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경고가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빚투’가 급증한 상황에서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담보 비율이 무너져 대규모 반대매매(청산)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반대매매 물량이 또다시 시장에 쏟아져 추가 하락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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