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과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와 ‘백현동 용도 부지 변경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압박이 있었다’는 발언을 포함한 이 대표의 발언들을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해당 발언들이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행위’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닌 피고인의 ‘주관적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26일 법조계에서는 사실관계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원심과 180도 다른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허위 사실 공표죄의 쟁점은 의견 표명이냐 사실 공표이냐인데 이번 재판부는 피고인 측 주장을 확실히 받아들여준 것 같다”며 “1심에서 선고된 형이 이례적으로 강한 편이라 일부 감형 정도는 가능했지만 완전 무죄 판단은 사실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김문기 씨를 몰랐다’는 취지로 발언한 이 대표의 방송 인터뷰 네 개가 법률상의 ‘행위’가 아닌 피고인의 ‘인지 상태’에 해당한다며 허위 사실 공표죄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 측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김 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 △경기도지사가 돼 선거법 위반 기소 이후 김 씨를 알게 됐다 △시장 재직 시 김 씨를 몰랐다는 공소 사실을 세 가지로 유형화하고 네 개의 인터뷰 발언이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특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에서 김 씨 관련 발언 중 유일하게 유죄로 판단한 ‘김 씨와 해외에서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부분을 무죄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패널의 질문 요지는 피고인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 대표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며 “질문 자체에는 골프를 비롯한 사적인 만남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대표가 ‘골프를 쳤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하지 않고 답변 맥락상 김 씨를 몰랐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 주장처럼 해당 발언을 김 씨와 해외 출장 중 골프를 쳤다고만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른 합리적인 해석을 배제하고 공소사실에 맞는 해석만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 발언을 넘어서 해석이 유추 또는 확장으로 이어진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이 대표가 호주 출장 중 김 씨와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서는 “열 명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는 골프를 쳤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골프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먼저 발언한 것이 아니라 방송 질문에 대해 소극적으로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으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도 “1심의 경우 이 대표의 발언이 사실에 반한다는 허위성에 초점을 맞춰 판단했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거짓이었다는 부분을 인식했는지, 또 당시 상황에 따른 영향은 없었는지까지 폭넓게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백현동 발언 두 가지도 원심과 달리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국토부 법률상 의무 조항에 따른 요구로 용도 변경이 불가피했다’와 ‘용도 변경 과정에서 국토부가 성남시 공무원에게 직무유기를 이유로 협박했다’는 발언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들이 피고인의 주관적 판단과 해석에 불과할 뿐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의견 표명에 해당하는 것이지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백현동 발언의 의미는 국토부의 법률 요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용도지역 변경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공소사실에 나온 것처럼 의무 조항에 근거해 피고인이 불가피하게 용도지역을 변경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전했다.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이유로 성남시를 협박했다’는 발언도 ‘과장된 표현’으로 볼 수는 있지만 허위 사실로는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해당 발언은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발언으로도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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