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치료하는 일은 매 순간 긴장의 연속이지만, 생명을 지켜내는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작은 아기들이 건강하게 부모 품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는 기적을 경험합니다.” 조현진(산부인과 교수) 인제대학교 해운대 백병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은 이같이 말하며 의료진의 헌신과 자부심을 전했다.
25일 오전 해운대 백병원 대강당은 특별한 열기로 가득했다.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전문 치료시설인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가 개소 1주년을 맞아 그간의 성과를 나누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를 마련해서다. 이날 행사에는 의료진, 환자 가족, 지역사회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명을 지키기 위해 흘린 땀과 헌신의 순간들을 되새겼다.
“540g으로 태어난 작은 생명을 기억합니다. 너무 작고 여린 아이였지만, 의료진 모두가 한마음으로 치료에 전념했고 결국 건강하게 자라 부모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해운대 백병원의 한 간호사가 들려준 이 이야기는 센터가 걸어온 지난 1년의 여정을 그대로 보여줬다.
센터는 조기 진통, 임신성 고혈압, 산후출혈 같은 고위험 산모와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 선천성 질환을 가진 신생아를 전문적으로 치료한다. 특히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태아 상태아수혈증후군 수술이 가능한 의료진과 시설을 갖춰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다. 조 센터장은 “태아부터 산모까지 원스톱으로 치료할 수 있는 체계 덕분에 경남 거제시와 경기 평택시 등 먼 지역에서도 산모들이 찾아오고 있다”며 “이곳은 단순한 병원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최전선”이라고 강조했다.
그 동안 이 곳에서는 수많은 기적이 일어났다. 특히 지난해 10월 저체중 상태로 불안정하게 태어난 세쌍둥이 정하·지호·은하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줬다. 조기 진통으로 한 달 넘게 입원했던 산모와 응급 제왕절개로 태어난 세 아이들은 의료진의 헌신적인 보살핌 덕분에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었다.
세쌍둥이 부모는 이날 감사의 마음을 담아 333만 원을 센터에 기부했다. 전학준·정지은 부부는 “위태롭던 생명의 씨앗을 희망으로 키워주신 의료진 덕분에 오늘의 기적이 가능했다”며 “더 많은 생명이 도움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은 정성을 보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은 “490g으로 태어난 아이가 자가호흡을 했을 때 느꼈던 벅찬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의료진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5세 이상 산모 비율은 36.3%로 10년 전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37주 미만 출생아를 일컫는 이른둥이 비율도 같은 기간 1.5배가량 늘었으며 다태아 임신 역시 크게 증가하면서 고위험 임신과 신생아 출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 인력 부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조 센터장은 “고위험 임산부가 늘어나고 있지만,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응급 수술이 어렵거나 전원이 불가피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며 “인력과 시설 부족으로 응급 수술이 어렵거나 불가피하게 전원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역 공동체의 관심과 폭넓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번 행사에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센터의 역할에 힘을 실었다. 박 시장은 “해운대 백병원이 많은 가정에 희망을 선물했다”며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 지역 사회가 뜻을 모으자”고 제안했다.
김미애 의원은 “센터는 생명을 살리는 필수 의료 인프라”라며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성수 해운대 백병원장은 “앞으로도 부산시와 지역 사회와 손잡고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며 지속적인 노력과 헌신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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