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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박수근 作 한자리 수채화에 온전히 스며들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기획전

국내 미술가 34명의 100여점 전시

맑은 물성 초점…비주류 편견 뒤집어

제작지원한 윤종숙 대형벽화 '아산'

"즉각성 도드라지는 압도적 풍경"

윤종숙 ‘아산(2025)’, 벽화.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한국 미술 시장에서 수채화는 유화보다 인기가 낮은 ‘비주류’에 속한다. 유화가 색과 질감을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고 빛과 습기에도 강해 더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한국 초중교 미술 수업이 수채화 위주로 이뤄지면서 ‘아마추어’ 장르라는 선입견도 한몫 한다.

그러나 수채화는 가볍고 투명한 색감과 스며드는 독특한 효과 등 유화가 가지지 못한 깊은 매력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 21일 개막한 ‘수채 : 물을 그리다’ 전은 이런 수채화의 매력에 온전히 주목하는 전시다. 이중섭·박수근·장욱진 등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부터 수채 화단을 이끌었던 이인성·서동진, 수채를 방법적으로 활용한 조각가 류인·문신까지 국내 미술가 34명의 수채화 100여 점을 모았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 최초로 소장품 중 수채화만 선별해서 단독 장르로 구성한 전시”라며 “대중에게 친숙하지만 유화로 넘어가기 전의 습작 정도로 여겨지는 수채화를 독립성 있는 장르로 정립시키고자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수채화의 가장 특징적인 속성인 ‘물’에 초점을 맞춰 스며들기와 번지기, 투명성 등 독특한 아름다움을 드러낸 작품들을 모았다. 미술관이 제작 지원한 윤종숙 작가의 대형 벽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인데 ‘이건희 컬렉션(39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전시로 처음 공개되는 작품도 23점에 달한다.

이중섭 ‘물놀이하는 아이들(1941)’.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전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부는 1900년대 초 처음 도입된 수채 기법이 국내에 정착된 근대 시기 회화들을 모았다. 뛰어난 수채화들이 이때 많이 나왔다. 최초로 수채화 전시를 열었던 서동진과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처음으로 수채화로 입선한 손일봉, 천재 화가로 불렸던 이인성이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받았던 ‘카이유’와 그의 대표작 ‘계산동 성당’ 등이 자리했다.

이중섭의 ‘엽서화’ 연작은 특히 아름답게 배치됐다. 두께감 있는 크라프트지 위에 하늘색 수채물감으로 폭포 물줄기를 표현한 ‘물놀이하는 아이들’을 비롯해 ‘물고기와 게와 아이들’ ‘나뭇잎을 따는 사람’ 등 다양한 엽서화를 오밀조밀 모았다. 마을과 집, 사람들을 세심히 그려 넣은 장욱진의 ‘마을’, 작가 특유의 필치가 돋보이는 박수근의 ‘세 사람’도 만날 수 있다.



2부는 수채화를 통해 표현주의·상징주의·초현실주의 같은 다양한 표현 방식을 구사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표현주의 조각가 류인의 작품 세계를 평면으로 옮긴 듯한 ‘무제’ 등이 걸렸다. 3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단색화 경향의 수채화 추상 작품들이 전시됐다. 긁고 미는 방식으로 물성을 극대화한 박서보의 ‘묘법’과 번지고 흘린 수채 색감이 돋보이는 김정자의 ‘수평 45’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문을 여는 윤종숙의 대형 벽화 ‘아산’과 청주관의 특별한 매력인 2층 ‘보이는 수장고’에서 만날 수 있는 캔버스 15개 크기의 대형 회화 ‘나란히 걷는 낮과 밤(전현선)’은 수채화의 매력을 보여주는 전시의 하이라이트다. 정재임 학예연구사는 윤종숙의 작품에 대해 “전시장 구조물을 활용해 밑그림 없이 그려내는 수채화의 즉각성이 도드라지는 압도적 풍경 작품으로 전시 종료 후 소멸하는 방식을 통해 작품의 생애주기에 대한 인식도 재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전현선, ‘나란히 걷는 낮과 밤(2017-2018)’. 사진 제공=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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