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으로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현지 시간) 병상에서 조촐하게 즉위 12주년을 기념했다. 교황은 케이크를 먹을 정도로 건강이 회복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 공보실은 이날 “교황이 의료진과 함께 케이크와 촛불로 즉위 12주년을 축하했다”고 밝혔다.
2013년 3월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12년 전 이날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를 통해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됐다.
통상적으로 교황 선출 기념일은 별다른 공식 행사 없이 내부적으로 조용히 기념되는 경우가 많다. 올해는 교황의 입원이라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아 차분하게 지나갔다.
다만 교황은 의료진과 함께 조촐하게 축하 행사를 했고 전 세계 어린이들이 보낸 수백 장의 카드가 전달되는 등 선출 기념일을 축하하고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교황은 지난달 14일 로마 제멜리병원에 입원해 이날로 28일째 양쪽 폐에 발생한 폐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입원은 교황 즉위 이후 최장 기간이다. 이 기간 4차례 호흡 곤란을 겪으며 고비를 맞았으나 최근에는 눈에 띄게 병세가 호전됐다.
교황청은 10일 “병세가 생명에 위협을 줄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며 “흉부 X레이 검사에서도 병세 호전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교황은 입원 중에도 9일부터 교황청 바오로 6세 홀에서 시작한 교황청 사순 피정에 화상 연결을 통해 동참하고 있다. 사순 피정 묵상은 로베르토 파솔리니 신부가 이끌고 있다.
파솔리니 신부는 “오늘 이 특별한 날에 깊은 애정과 감사의 인사를 교황에게 전한다”며 “성경에서 12라는 숫자가 완전함·충만함과 관련이 있다”면서 교황의 쾌유를 빌었다.
교황청은 공식 성명을 통해 교황의 즉위 12주년을 축하하며 “희년을 맞아 교황의 평화와 형제애의 메시지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교황의 퇴원 시점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교황이 퇴원해 업무에 복귀하더라도 88세라는 고령과 건강 상태를 고려할 때 과거와 같은 왕성한 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직무 수행이 불가능할 경우를 대비해 2013년 즉위 당시 사임서를 미리 작성해 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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