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법 개정안의 강행 추진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자본시장법 개정을 미뤘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펼치자 여당은 “반기업법을 날치기하고서 책임은 떠넘기느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내가 직접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서 다루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법 개정안을 (부득이하게 법사위 소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는 주장이 말이 되느냐”며 “(상법 개정안 통과로 재계의 비판이 일자)없는 얘기를 갖다 붙이고 있다”고 이 대표의 발언을 반박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12월 야당발 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의 합병·분할 시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반대해 고육지책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규제만으로도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안전핀’을 마련할 수 있지만 여당이 위원장직을 차지한 정무위가 의지가 없는 탓에 야당 자체 입법이 가능한 법사위에서 법안을 다뤘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전날 유튜브 채널 삼프로 TV에 나와서도 “원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자본시장법 담당 상임위는 여당이 위원장이다. 거긴 무조건 (개정안 처리를) 안 한다. 일단 안 하고 본다”고 기존 입장을 이어갔다.
이 대표의 지적에 여당은 “인과관계에 어긋난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윤 의원은 “(내가) 금융위원회와 상의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낸 건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이 훨씬 규제가 강한 반시장법이기 때문”이라며 “대안으로 내놓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안 한다고 이전에 나온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인다는 건 시간상 앞뒤가 안 맞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여당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막고 있다’는 이 대표 주장과 달리 관련 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입법 논의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본지가 입수한 20일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 속기록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소위원장인 강준현 의원은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관련해 “(시간이 없으니)일독하는 걸로 끝내자”고 말했다. 이에 여당 측 김상훈 의원은 “자본시장법과 대척점에 있는 게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라며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윤한홍 의원안의 이사회 의견서 작성·공시 등 주주의 정당한 이익 보호 노력 의무 부과 등을 같이 스크린하고 넘어가자”고 제안했다. 이후 법안 설명이 이어졌고 강 의원은 “자본시장법은 추후 논의하자”고 마무리했다.
여당 정무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20일 소위에서 안건이 없던 것을 여당이 요청해 상정한 것”이라며 “소위 위원장도 민주당 소속인데, 만약 의지가 있었다면 안건 순서라도 당겨서 상법 개정안처럼 통과시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야당이 상법 개정안을 이달 27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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