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가전략기술 보호를 명분으로 전기차 등 국내 생산 기업의 법인세를 낮춰주는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에 맞서 ‘전략산업 국내 생산 촉진 세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해당 정책을 구체화하고 나선 것이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정책위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일본·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만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공유했다. 개정안은 전기차·저탄소 등 전략기술과 신성장·원천기술 제품에 대해 국내 생산·판매 시 최장 10년간 일정액을 세액공제해주는 것이 골자다. 공제액 일부는 현금으로 환급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은 20일 이 대표가 충남 아산 현대차 공장을 방문한 게 촉매제가 됐다. 이 대표는 현대차 경영진과의 간담회에서 “전략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고용을 늘리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생산 촉진을 지원하는 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전략산업에서 기업이 국내 생산과 고용을 늘리면 이에 걸맞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현행법상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해당되는 국내 기업들이 설비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하면 일정 수준의 세액공제가 보장된다. 현재 대·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15%, 25%의 공제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가 국내 생산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민주당은 자국 생산과 판매량에 비례해 공제 혜택을 주는 일본의 ‘전략 분야 국내생산 촉진세제’를 참고해 국내 생산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특히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법안에 담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공개적으로 생산 촉진 세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만큼 소관 상임위원회에 설명하는 자리였다”며 “구체적인 수치 등은 추가 논의해 의원들이 관련 법안들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향후 입법 토론회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정책은 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린 민주당의 외연 확장 정책의 일환이다. 중도·중산층을 겨냥한 상속세·근로소득세 완화 등에 이어 기업 감세 카드까지 꺼내 든 셈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규제로 우리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이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선제적으로 제시해 경제 수권 정당으로서 역량을 부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이 대표가 기업을 향해 보이는 ‘오락가락’ 정책을 바로잡는 게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에는 고율의 세금뿐만 아니라 근로시간과 인건비 등 각종 규제들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추가로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최근 반도체특별법에 주 52시간 근로 예외 조항을 적용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가 반대로 돌아섰고 파업 조장의 우려가 있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도 재계의 비판을 무릅쓰고 재추진 중이다. 실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정말 중도 보수를 하고 싶다면 시장을 왜곡하는 악법부터 폐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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