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되면 피 흘리고 싸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헌법재판소 이XX들 전부 우리를 다 바보 천치로 아는데, 중국 귀신들한테 안 당하려면 정신 차려야 한다(탄핵 반대).” “윤석열을 내란범으로 사형에 처해야 하고 내란 세력 국민의힘은 당장 해체해야 한다(탄핵 찬성).”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최후 변론을 하루 앞두고 전국 곳곳에서 진행된 탄핵 찬반 집회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다음 달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 시점이 겹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수·진보 양 세력의 총결집과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켜온 광장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미국에서 벌어진 의회 난입처럼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에 최고 수위 비상근무인 ‘갑호비상’ 발령을 검토 중이다.
2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 최후 변론부터 선고가 이뤄지기까지 약 2주 동안 ‘찬탄·반탄’ 시위가 정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모두 3·1절 집회에 ‘총동원령’을 내렸다.
폭력 사태를 조장하는 극단적인 선동 움직임도 포착된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한정석 전 선거방송심의위원이 내란 선동 등 혐의로 고발됐다. 한 씨는 전날 페이스북에 “탄핵이 인용되면 한강이 피로 물드는 내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 등을 향한 사법 불신 여론도 들끓고 있다. 이날 자유통일당이 주최한 헌재 앞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남성 A(83) 씨는 “공수처와 헌재는 전부 다 우릴 바보로 알고 있으니 계속해서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학생이라는 한 여성 역시 “이재명 지지자였는데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을 외쳐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중도 보수 성향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45)은 “윤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떠나 공수처의 수사 과정, 헌재의 재판 과정 등이 모두 매끄럽지 못했다는 인식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탄핵 반대 측 메시지는 ‘국민저항권’ 개념을 빌려오면서 더욱 과격해지고 있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에 국민저항권을 통해 무력으로 저항할 수 있다는 논리다. 비상이 걸린 경찰은 헌법재판관 신변 보호 격상 등 특별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선고 당일 경찰청에 갑호비상 발령을 건의할 계획”이라면서 “헌재 등에 대해 출퇴근 모두 전담 경호를 하고 있고, 112 순찰 등도 강화한 상태”라고 밝혔다. 갑호비상이 발령되면 연가를 중지하고 가용 경력을 100%로 동원 가능하며 지휘관과 참모들도 사무실이나 현장에 정착 근무를 해야 한다.
헌재는 25일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 기일을 열고 양측 종합 변론을 각 2시간씩 진행한다. 이후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이 최후진술을 한다. 통상 변론 종료 이후 2주간의 평의를 거쳐 선고가 내려지는 점을 감안하면 선고 기일은 3월 둘째 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대표의 ‘피선거권’ 향방을 가를 재판도 바로 다음 날 이뤄진다.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이예슬·정재오 부장판사)는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연다. 법원의 최종 선고가 평균적으로 결심공판 한 달 후에 이뤄지므로 3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2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될 경우 2달 뒤인 5월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지만 이 대표가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유죄가 확정될 경우 향후 10년간 피선거권을 상실해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선고와 보수 단체의 집회에 대비해 탄핵 찬성 집회에 당직자 총동원령을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뒤에도 광장의 상처가 쉽게 봉합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구호와 대선을 앞둔 정치적 환경이 현재 대한민국의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면서 양 세력의 극단적 대결 정치가 심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국민들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했다”며 “그간 제기됐던 졸속 재판 등의 의혹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려는 자세라도 보였어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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