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선대회장은 정유부터 석유화학, 섬유까지 아우르는 구상이 있었는데 직원들은 처음 가 보는 길이라 ‘설마 되겠냐’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이건 전 SK(034730)에너지 부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선대회장의 통찰력을 회고하며 당시 사내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1968년 SK이노베이션(096770)의 전신인 유공에 입사한 그는 2003년까지 35년간 SK에너지 정유·석유화학 사업의 최전선을 지켰다. 그가 활약한 1970·1980년대는 정유·화학 공정에 정통한 사람이 전무하다시피 해 독자 기술로 정유와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전 부장은 “선대회장은 ‘일을 맡으면 끝까지 매달려 성공할 때까지 해 나가자’는 전통을 만들려 했다”며 “성공 DNA를 축적하려 애쓰셨다”고 전했다. 그는 “선대회장의 독려로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달라붙어 해결하자는 의지가 꽃피우기 시작했다”며 “직원들이 모든 작업을 기록하며 공유했고 조직 전체의 역량이 빠르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독립국의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전 직원이 항상 탐구하고 공부하는 습관이 있었다”며 “그 습관이 불가능해 보였던 원유 개발에서 정유·화학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성공시켰고, SK 성장의 뼈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재계 2위 SK그룹의 기틀을 마련한 선대회장 이전에 최종건 초대회장 역시 임직원들에게 ‘하면 된다’는 정신을 독려했다. 1966년 SK의 모태인 수원에 극심한 가뭄이 들자 초대회장은 직원들을 총동원해 공장에서 2㎞나 떨어진 논에 물 대기 작업을 지시했다. 밤샘 작업 끝에 논바닥에 물이 꽐꽐 쏟아지자 직원들은 물론 농민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새벽까지 작업 현장을 지킨 초대회장은 “하면 안 되는 게 없다. 원사 공장도 이렇게 지어 나가자”고 직원들의 등을 두드렸다고 한다.
이 전 부장은 SK의 성공 DNA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을 강조했다. 정유·화학 사업의 성장 정체를 난도가 높은 신사업에 도전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선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는 친환경 에너지와 해외 자원 개발을 앞세워 석유 기반에서 미래 에너지로 방향키를 전환한 SK이노베이션의 기조와도 맞닿은 대목이다.
이 전 부장은 “정유·화학은 사이클 산업이라 어려운 시기가 올 수밖에 없지만 성공 경험을 토대로 기업과 구성원들이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대비하면 된다”며 “항상 새로운 산업과 트렌드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하고 탐구하는 분위기가 이어져야 SK가 에너지 기업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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