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의료 시술 부작용을 호소하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불법 의료 피해에 즉각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의심한 간 수년 동안 이뤄진 불법 의료 시술이었다. 하지만 간호사 출신으로 불법 의료 시술에 나섰던 A씨는 줄곧 “모든 시술을 집에서만 했다”고 주장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동네 ‘입소문’을 듣고 온 이들만 보톡스, 필러 등 시술을 해줬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해당 상업 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고, 결국 경찰은 개인 차원의 불법 시술(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장정윤(변호사시험 9회) 광주지검 목포지청 형사1부(현 수원지검) 검사는 피해자·A씨 사이 엇갈린 진술에 주목했다. A씨 주장보다 “가정집이 아닌 상업시설이 따로 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에 집중, 재수사에 돌입했다.
장 검사는 “피해자들 진술이 일관됐을 뿐 아니라 이들이 시술 장소에 대해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다”며 “A씨가 배후를 감추려 하거나 별도의 사업장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려는 정황이 명확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검찰을 곧바로 피해자들이 기억하는 단서에 대한 조합에 나섰다. 피해자들이 설명하는 대략적인 위치와 주변 특징 등을 근거로 온라인 포털사이트 거리뷰 지도 분석에 착수했다. 후보지를 좁혀간 결과 검찰은 목포 시내 한 상가를 특정했으나 이곳은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 A씨가 수사망을 피해 다른 장소로 옮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검찰은 A씨 동선을 재차 추적했다. 오랜 잠복 수사 끝에 A씨가 집에서 나오며 지인과 의료 시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포착했다. A씨가 폐업한 곳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시술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검찰은 동업자가 있다고 판단하고, A씨 계좌를 추적하는 동시에 그의 휴대전화 포렌식도 진행했다. 분석 결과 A씨가 한 병원 행정부장인 B씨와 지속적으로 금전 거래를 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B씨가 운영하는 사업장과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B씨가 운영하는 사업장은 겉으로는 피부관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수년 동안 이뤄진 불법 의료 시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병원에도 불법 시술과 관련된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이 가득했다. 또 A씨 휴대전화 포렌식에서 찾은 실제 고객들과 대화에서 불법 의료 시술이 이루어졌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B씨가 병원의 행정부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A씨의 불법 시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증거도 포착했다. 병원 명의로 마취 연고와 의료기기를 대량으로 주문한 뒤 A씨에게 빼돌리거나 폐기 처분되지 않은 의료 장비를 불법적으로 유출하는 방식이었다. A씨는 이렇게 확보한 장비를 이용해 필러와 보톡스 불법 시술을 지속했다. 두 사람은 목포 시내 여러 곳에서 업장을 옮겨 다니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시술을 진행했다. 벌어들인 수익만 10억 원이 넘을 정도였다. 결국 A·B씨는 검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및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