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에 개봉된 007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골드핑거’는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제임스 본드 영화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카 애스턴마틴에 경기관총·연막탄·위치추적 레이더까지 장착한 ‘본드 카’도 이 영화에 처음 등장했다. 이 영화는 영국의 금 매매업자 골드핑거가 자신이 보유한 금값을 올리려고 미국 켄터키주 포트녹스(Fort Knox)의 어마어마한 금을 폭파시키려다 본드에 의해 좌절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포트녹스에는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의 금괴 보관소가 있다. 미 재무부가 관리하는 금 보유량의 절반가량인 1억 4730만 온스의 금이 이곳에 보존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스당 2900달러의 시가를 기준으로 4250억 달러(약 613조 원)어치에 해당한다. 포트녹스는 원래 남북전쟁 당시 건립된 미 육군 기지로 독립전쟁의 영웅이자 초대 전쟁 장관을 지낸 헨리 녹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미 금괴 보관소도 이 부대 바로 앞에 건설돼 같은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포트녹스 금괴 보관소가 외부 접근이 엄격히 통제되다 보니 ‘금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자주 나왔다. 미국 정부 효율부 수장이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도 17일 “포트녹스의 금은 미국 국민의 재산이다. 금이 거기에 아직 있는지 알고 싶다”고 X(옛 트위터)에 쓰며 미 정부의 금 보유액 조사를 시사했다. 국제 금시세는 2019년 온스당 1200달러에서 현재 2900달러 선에 이르렀다. 글로벌 블록화가 심화되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제위기 때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달러를 대거 푼 영향도 있을 것이다. 금값이 많이 오른 만큼 조정기가 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대이므로 인류사에서 늘 중요한 자산 비축 수단으로 쓰여온 금의 가격 변동에 대해 정부나 투자자 모두 유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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