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학생 참정권 보장을 위해 고교 내 정치활동 금지 규정을 전면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학생마다 정치활동을 시작할 수 있는 연령이 다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17일 관내 고등학교 364곳의 학생 생활 규정을 전수조사한 결과 34개곳(9.3%)에서 정치활동 금지 규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이들 학교에 해당 규정을 삭제하도록 지시했으며 개정된 규정은 다음달 새학기부터 적용된다.
이번 조치는 최근 수년간 이뤄진 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2020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9세에서 18세로 하향됐고 2022년에는 정당법 개정으로 정당가입 연령이 18세에서 16세로, 피선거권 연령은 25세에서 18세로 각각 낮아졌다. 이에 따라 고3 일부 학생은 선거·피선거권을, 고1 일부 학생부터는 정당가입이 가능해졌다.
전수조사는 지난해 서울 은평구 소재 A여고 학생들의 시국선언 사건이 계기가 됐다. 해당 학교 학생 167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선언문을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 게시했으나 학교 측이 '정치 관여 행위를 하면 특별교육 이수나 출석정지, 퇴학 처분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근거로 삭제를 요구해 논란이 됐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025년 3월 4일 기준 고등학교 1학년(2009년생) 학생 중 정당가입이 가능한 학생은 1월~3월 4일 출생자에 한정된다. 3월 5일 이후 출생자는 만 15세로 정당가입이 불가능하다. 고등학교 3학년(2007년생) 학생의 경우도 선거·피선거권을 가진 학생은 일부에 불과하다.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정치활동 관련 규정을 일괄 삭제할 경우 참정권을 가진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게 정치적 견해를 과도하게 주입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의 참정권 보장과 교육 현장의 질서 유지라는 두 가치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교육 전문가는 "학생들의 참정권은 보장하되 교육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한 세부 지침 보완은 필수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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