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요 부동산 신탁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 악화에 부도 건설사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공격적으로 추진해 온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책준)’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250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3년 695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을 고려하면 적자 폭이 크다. 매출도 전년 대비 약 32% 감소한 1006억 원에 그쳤다.
KB부동산신탁도 지난해 10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962억 원)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줄곧 흑자를 기록하던 대신자산신탁도 지난해 20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난해 국내 부동산 신탁사 14곳의 총 연간 영업이익도 집계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3년 총 영업이익은 3466억 원으로 전년(8479억 원) 대비 약 60% 감소했다.
건설 업계는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 탓에 신탁사들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책준 토지신탁은 건설사가 약속한 기한 내에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신탁사가 금융비용 등 모든 책임을 떠안는 사업 방식이다. 그 대가로 신탁사는 시행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특히 신탁 업계 후발주자인 금융계열 신탁사들이 2015년부터 책준 토지신탁 사업에 열을 올리며 사세를 키워왔다.
하지만 건설경기 위축에 부도 등의 이유로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건설사가 늘어나면서 부실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책준 토지신탁 현장 중 약 23%가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 부도 위기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것을 고려하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도를 신고한 국내 건설업체는 총 29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5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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