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추경 시기와 용처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일단 1분기에는 본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지만 야당은 조속한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추경 규모를 최소 30조 원으로 설정했다. 올 초부터 민주당이 추경 규모로 제시했던 20조~30조 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자영업자·서민 등이 핵심 지지 기반인 민주당이 그만큼 추경 필요성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추경을 위해서라면 25만 원의 민생 지원금 지원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하지만 여당 입장은 다르다. 감액 예산을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민주당이 해가 바뀌자마자 추경 편성부터 주장하는 데 대한 반감이 강하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부진하는 등 지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야당의 드라이브로 추경이 조기 편성되는 모양새에 반대하는 것이다.
특히 야당이 주장하는 추경 세부 내역을 보면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도 있지만 지역화폐 발행 지원금(2조 원), 소상공인 손실 보상 (2조 원) 등도 들어가 있다. 지역화폐 발행의 경우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이 대표의 시그너처와 같은 정책인 데다 경기 진작에 효과가 없다는 보고서도 많다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포퓰리즘 성격도 짙다고 본다. 실제 권성동 원내대표는 “지금 시급히 처리할 것은 반도체 특별법, 에너지 3법 등의 법안”이라며 추경 논의를 후순위에 두고 있다.
다만 추경이 필요할 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점에는 여야가 공감하고 있다. 그런 만큼 국정협의체 4자 회담, 여야 간 물밑 접촉 등을 통해 추경을 의제로 다룰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국정협의체의 경우 의제와 관련한 이견으로 실무 회담이 연기된 상태지만 어떤 식으로든 이견 조율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