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2월 3일 저녁 10시 24분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계엄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계엄 선포 후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를 개최하고 자신이 전군을 지휘하겠다며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항명죄로 처벌한다”고 엄포를 놨다.
김 전 장관의 명령에 따라 수도방위사령부와 육군특수전사령부, 국군방첩사령부, 정보사령부 등 4명의 지휘관들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의 시설을 통제하기 위해 군 병력을 출동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병력을 동원해 불법적 계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결국 구속됐다. 이후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계엄군 지휘관들은 입을 맞춘 듯 “(김 전 장관의 지시는)부당한 명령이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시에 적극적으로 항명하지 않은 것을 두고 비판이 일었다.
이 때문인지 비상계엄이 내란 혐의로 규정되고 국회와 시민들의 추궁이 이어지자, 계엄군 지휘관들은 한결같이 그때 왜 거부하지 못했는지 후회한다며 입장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결국 내란 동조 혐의로 모두 구속기소된 처지가 됐다.
“도대체 그 상황에서 왜 그랬냐 하는데,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위기 상황이잖아요. 군인은 그 명령에 따라야 된다고 강하게 생각을 해요. 위기 상황이니까 맞나 틀리나 그거 따지기가 쉽지 않아요.”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기자들에게 한 발언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군인은 무조건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하나?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수 없는 것 일까?
정답부터 말한다면, 현재 대한민국 법 그 어디에도 ‘군인은 부당한 명령에 거부할 수 있다’라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군은 명령에 절대복종하는 문화로 이를 거부하는 군인은 항명죄로 처벌 받는다.
군형법 제44조(항명)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항은 적전인 경우는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2항은 전시, 사변 시 또는 계엄지역인 경우는 1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 3항은 그 밖의 경우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거부할 권리는 명시되지 않았다.
실제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서 계엄군 지휘관들은 최초 명령 수행 당시 위법성이나 정당성을 판단하기가 어려운 위급 상황으로 수명자는 일단 명령을 따라야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면서 군형법의 항명죄, 군인복무기본법의 충성의 의무와 명령 및 명령 복종의 의무를 비롯한 13가지 의무가 명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 문화에서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또 다른 법률이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이하 군인복부기본법) 제25조(명령 복종의 의무)는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형법과 달리 ‘정당한’이 아니라 ‘직무상’ 명령으로, ‘사적인 업무지시’(상관 가족 관련 심부름 등)에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직무상 명령에만 따르라는 규정으로 ‘비상계엄이니 국회에 진입해라’와 같은 위헌·위법한 명령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근거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비상계엄 두 달여가 지나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의 불법적 지시 정황을 폭로되면서 위헌 위법 계엄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이들 계엄군 지휘관들의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이 달라지는 분위기다. 12·3계엄 사태는 불법적인 명령으로, 복종해야 하는 정당한 명령으로 볼 수도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 볼 대법원 판례가 있다. 성공한 쿠데타로 불린 12·12 군사반란에서도 반란에 참여했던 부하 군인들은 상관의 명령에 따른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상관의 적법한 직무상 명령에 따른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형법 제20조에 의해 위법성이 없어진다고 할 것이나,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따라 범죄행위를 한 경우 상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하여 부하가 한 범죄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될 수는 없다”고 했다. 위법한 명령에 복종해 이뤄진 불법행위는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군인들의 처벌은 상관의 명령을 거역하기 어려운 군의 특성을 고려해, 위법성을 인지할 시간적 여유와 공간적 상황이 충분했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군인이라도 위법한 명령에 대해선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당한 명령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있었느냐를 기준으로 위법 여부를 가르고 있다. 예컨대, 지휘관이 부당한 명령을 내렸을지라도 작전 수행 전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거나, 공간적으로 먼 거리의 이동이 이뤄지는 작전이었다면 위법성을 인지하고,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데 이를 묵인했다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실제 대법원은 12·12 사태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반란 행위를 모의한 일선 부대 지휘관들의 내란 혐의를 인정하며 “(피고인들이) 지시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위법한 명령임을 알았고, 지시를 이행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공간적 환경이 충분히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군의 절대복종 명령 문화에 대한 논란이 일자, 군인들이 위법한 명령에는 복종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포괄적으로 위헌이거나 위법적인 명령은 복종하지 않아도 되거나, 법의 요건에 맞지 않는 계엄이나 내란죄에 해당하는 명령에 국한해 불복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법안이다.
그런데 일각에서 군 기강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불복종 조항을 법에 명시하면 정말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미국 사례를 보면 절대복종 군 문화에서도 위법 명령에는 불복종한 모범 케이스가 있다. 오히려 지금은 군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행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020년 백악관에 몰려든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명령에도 군대가 헌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1978년 군법을 개정해 ‘awful, 즉 적법한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 미군의 핵심’이라고 명시한 데 근거한 불복종 사례다. 이 군법은 베트남전에서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법 위반이 적지 않았던 데 대한 반성이 반영된 결과로, 미군 내 위법 명령에 대해 불복종 하는 것은 하나의 전통으로 정착되고 있다. 나치의 만행을 경험했던 독일도 군은 합법적인 명령에만 복종하도록 법에 규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도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위법 명령에 대한 불복종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군형법 44조에는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처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정당한 명령이 아니면 거부할 수 있다’를 도출하는 경우도 있지만, 과도한 해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처벌되지 않는다’와 ‘거부할 권리를 가진다’는 엄연히 다르다는 논리다.
따라서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반항하거나 복종하지 아니한 사람은 처벌한다’가 아닌 군인은 ‘상관의 정당한 명령에 복종한다’라는 조항을 명시하면 위법 법령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생겨서 이 같은 법률안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명령에 따른다(복종한다)’라는 표현들이 (법 조항에) 들어갈 경우 현실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군인들의 권리와 의무를 더 풍부하게 보장하면서도 소신 있게 일할 여건을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을 개정하더라도 명령을 받은 하급자가 불법 여부를 일일이 판단해야 하는 문제 등이 남게 된다.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 양심적 따라 군인 각자의 판단이 필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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