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4일 탄핵심판 변론에 세 번째로 출석했다. 윤 대통령은 증인 신문 동안 눈을 감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출석했던 4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기억이 나십니까”라며 직접 신문하던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헌법재판소는 5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증인에게 심문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헌법재판관들은 지난 4차 변론이 끝난 뒤 평의를 거쳐 방침을 내렸다고 한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5차 변론 진행에 앞서 “증인신문은 양측 대리인만 하고, 피청구인 본인(윤 대통령)이 희망하면 증인신문이 끝나고 의견 진술할 기회를 주는 것으로 하겠다”며 “이는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결론”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 변론 당시 자신의 변호인들이 김 전 장관을 상대로 신문할 때 중간에 끼어들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헌재는 증인들이 윤 대통령 앞에서 증언을 해야 하는 부담을 고려해 윤 대통령의 직접 신문을 제한하고 가림막까지 준비했다. 문 권한대행은 “증인이 요청하면 가림막 설치는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측의 윤 대통령 퇴정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도 헌재의 이 같은 조치를 의식한듯 증인들을 직접적으로 쳐다보거나 접촉하는 걸 최소화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증인 신문 동안 윤 대통령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정면만 바라봤다. 홍 전 차장이 재판정에 들어오면서 윤 대통령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할 때도 잠깐 본 뒤 고개를 돌렸다. 군복을 입고 출석한 두 사령관은 “형사재판에서 따질 사안”이라며 대부분의 진술을 거부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국군 통수권자’ ‘국민의 대표’ ‘검찰총장님’ 등의 극존칭으로 표현했다.
반면 홍 전 차장은 양측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질의에 신중하게 답하려는 듯 3초가량 침묵하며 생각에 잠기는 모습도 나왔고, 정확하게 답변하기 위해서라며 미리 준비해온 메모를 읽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신문을 증인 1명당 90분 진행하기로 했지만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