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서 달러 강세로 인한 신흥국 통화 위기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트럼프 관세정책의 표적이 된 캐나다의 경우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통화 가치가 추락했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멕시코의 수입품에 10~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약속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3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캐나다달러와 멕시코 페소의 달러 대비 가치는 급락했다. 페소의 경우 이날 하루에만 1.1% 내렸고 5거래일 하락률은 2%에 달했다. 캐나다달러 역시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며 달러 대비 1.4% 평가절하됐다. 미국 달러 대비 캐나다달러의 가치는 2003년 이후 2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이다.
멕시코·캐나다 화폐의 가치 하락은 트럼프 관세가 불러온 강달러 기조에 따른 반응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미국에 고물가·고금리 환경을 조성해 전 세계 자금을 미국으로 쏠리게 만들고 달러 강세를 촉발할 것이라는 경고를 해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관세 폭탄을 언급할 때마다 달러는 치솟고 달러에 영향을 받는 신흥국 통화는 추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신흥국뿐 아니라 영국·일본 등 선진국도 통화 충격을 우려하는 중이다. 세계 주요국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의 경우 지난달 13일 109.39까지 올라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달 31일에도 108.37로 마감하는 등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이날 후지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가 엔화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으며 신중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약속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더블라인캐피털의 펀드매니저인 발레리 호는 “최악의 경우 관세가 다층적이고 장기적으로 부과될 수도 있다”며 “신흥국에는 힘든 환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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