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예산으로 친환경 농업에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던 전남도의 ‘무농약 제초용 왕우렁이 공급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제초 효과가 탁월하고 비용이 저렴해 인기였지만, 겨울이 따뜻해지며 월동하는 우렁이가 늘면서 폭발적으로 번식해 농가 피해가 커지는 등 부작용 속출로 ‘왕우렁이 월동피해 예방 대책’까지 세우는 촌극까지 빚어지고 있다.
2일 전라남도에 따르면 도와 21개 시·군(목포 제외)은 지난해만 무려 32억 1600만 원(도비 4억, 시·군비 28억 1600만 원)을 들여 친환경·일반농가 논 2만 9256㏊에 제초용 왕우렁이를 공급했다.
1992년부터 들여온 남미산 왕우렁이는 논에 자라나는 잡초를 먹어 제초 효과가 98.6%에 이른다.
이에 전남도는 저렴하면서 제초 효과가 큰 왕우렁이를 활용한 친환경 농법 보급에 십수년간 지원해왔다.
하지만 겨울철이면 자연 폐사해야 할 왕우렁이가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불어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따뜻한 겨울 날씨와 잦은 비로 도내 시·군에서 왕우렁이가 죽지 않고 월동(생존)해 모내기한 모를 갉아먹으며 발생한 피해 면적은 무려 1593㏊로 폭등했다. 지난 2022·2023년은 3.1㏊에 불과했다.
이에 전남도는 왕우렁이 수거에 집중하는 한편 월동피해 예방 대책을 세우며 홍보전을 강화하고 있다. 왕우렁이 개체수 늘리는데 쓰였던 예산이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방 대책은 왕우렁이가 겨울철 논에 물이 없거나 영하 이하의 낮은 기온에 외부로 노출되면 죽는 특성을 이용해 월동작물 재배와 논 깊이갈이 등 100% 논 말리기를 통해 개체수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뒀다.
중점 추진 기간은 2월까지다. 대상은 해남 등 전남 서남부 10개 시·군의 친환경 벼 재배단지 전체와 일반 벼 재배지역 중 피해가 우려되는 간척지 등 1만 5943㏊다.
단지·지구별로 담당자 지정과 단지별 공동 작업단도 운영하고, 통상 3~4월에 하는 논갈이를 농한기를 이용해 앞당겨 실시하기 캠페인도 벌인다.
왕우렁이 월동과 피해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은 조사 지침을 만들고, 지역별 모니터링반(22명)을 구성해, 3월부터 월동 실태와 피해 발생 시 유입경로 등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퇴치 기술도 연구한다.
김영석 전남도 친환경농업과장은 “왕우렁이 월동피해 예방은 겨울철 월동작물 재배와 논 깊이갈이를 통한 논 말리기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간척지와 저지대 농경지에서 벼를 재배하는 농가는 왕우렁이 피해와 병해충 예방을 위해 꼭 논 깊이갈이를 앞당겨달라”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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