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단독] 늘어나는 '노인 무료'…서울지하철 무임승차 적자 4000억 돌파

[서울교통공사 2024년 잠정 실적]

무임승차 적자 4135억원 기록

연간 전체 적자 7000억원 육박

요금 인상 연기, 손실 보상 누적

빚으로 적자 메우며 부채 7.3조원

"노인 연령 상향 필요" 여론 확산

값싼 요금 현실화 외면 지적도

노인 승객이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무임승차 적자가 처음으로 4000억 원을 넘어서고 전체 적자는 70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연간 적자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여 무임승차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서울교통공사가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비례)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가결산) 공사의 무임승차 손실액은 4135억 원을 기록했다.

무임승차 적자는 △2020년 2642억 원 △2021년 2784억 원 △2022년 3152억 원 △2023년 3663억 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체 적자(당기순손실)는 2023년 5173억 원에서 2024년 6947억 원으로 급증해 2028년께는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눈덩이 적자의 가장 큰 원인으로 법정 무임승차 제도가 꼽힌다. 1984년 경로 우대 차원에서 노인 무임승차 혜택이 주어졌지만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고령층이 되면서 적자가 급증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이 전체 주민등록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인구 933만 1828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19.4%인 181만 3648명이다.



지하철요금 인상이 차일피일 늦어진 점도 부담을 키웠다. 8년 넘게 기본요금이 동결되면서 원가 보전율은 2015년 66% 수준에서 50%대로 급락했다. 2023년 기준 1인당 수송 원가는 1760원, 평균 운임은 962원으로 원가 보전율이 54.7%에 불과했다. 서울시·경기도·인천시·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23년 10월 지하철 기본요금을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올린 뒤 1년 후 150원을 추가 인상하기로 했으나 정부 압박에 해를 넘긴 상태다.

여기에 서울시 무제한 대중교통 정기권인 기후동행카드의 운송 손실까지 떠안으면서 재정은 더 나빠졌다. 월 6만 5000원만 내면(따릉이 자전거 포함) 손실분(충전금 이상 사용분)을 서울시와 공사가 50%씩 분담하도록 정책이 설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37억 6000만 원을 부담하는 등 공사는 매달 30억~40억 원의 손실을 떠안고 있다.



이처럼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가 쌓이는데도 서울교통공사는 빚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재정계획심의위원회를 열고 ‘2025년 공사 기발행 공사채 차환 발행안’을 통과시켰다. 2020년 6월과 11월 3430억 원 규모로 발행한 지방공사채 만기가 다가오자 그만큼 또 채권을 찍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무임승차와 요금 인상에는 손을 대지 않은 채 빚을 진 탓에 공사 재무구조는 갈수록 엉망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가 △2022년 6조 5570억 원 △2023년 6조 8322억 원 △2024년 7조 3012억 원으로 급증하면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상 부채비율(공사채 발행 기준)은 지난해 상반기 110% 수준에서 2028년 140.6%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적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무임승차 개선 시도가 있었지만 선거나 정치적 공방 속에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초 개혁신당이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공약을 내자 대한노인회가 반발하는 등 세대 갈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근 노인 연령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추진 동력이 붙고 있다. 윤 의원이 여론조사 기관 위드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만 19세 이상 서울 시민 11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70.8%가 노인 기준 연령으로 ‘70세 이상’을 선택했다. 이중근 대한노인회 회장(부영그룹 회장)은 노인 기준 연령을 매년 1년씩 상향해 65세에서 75세로 높이자고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대수명이 연장됐는데도 단순히 65세를 넘었다고 고령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서구 사회도 노인을 70세 이상으로 보고 있으므로 시대 변화에 맞게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낮은 요금, 임금협상 때마다 되풀이되는 파업 관행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데도 적자 원인을 무임승차에서만 찾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표를 의식해 요금 인상이나 노사 문제에는 손을 놓고 특정 계층을 겨냥해 세대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노인 연령을 높이면 지하철 탑승 횟수와 사회적 비용이 어떻게 바뀌는지 검증도 안 해보고 무임승차 문제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리나라 교통 요금이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데도 정치권이 요금을 현실화하지 않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