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출신의 세계적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인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2018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과정을 밟던 중 인공지능(AI) 분야의 미국 비영리법인 오픈AI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스리니바스는 그곳에서 챗GPT 개발의 핵심 주역인 존 슐먼의 지도를 받고 3년 뒤인 2021년 오픈AI에 연구원으로 정식 채용돼 신형 AI ‘달리2(DALL-E 2)’ 개발에 참여했다. 이어 2022년 8월 스리니바스는 페이스북에서 AI를 연구하던 데니스 야라츠 등과 신생 기업을 만든다. 창업 2년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약 13조 원)까지 커진 ‘퍼플렉시티 AI(이하 퍼플렉시티)’가 바로 그 기업이다.
퍼플렉시티는 원래 언어 기반 AI의 성능을 재는 평가 지표다. 지표 수치가 20 이하로 낮아질수록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고성능 AI로 평가받게 된다. 스리니바스는 뛰어난 AI를 개발하겠다는 의지로 퍼플렉시티로 사명을 정했다. 퍼플렉시티는 기술 역량과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아 SK텔레콤과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 전자상거래 선두 주자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일본 소프트뱅크 등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는 수혈받은 자금을 밑천 삼아 온라인 쇼핑 및 광고 검색 시장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퍼플렉시티가 새해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 ‘틱톡’의 미국 사업 부문 합병 제안서를 최근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에 보낸 것이다. 합병 거래 규모는 최대 500억 달러(약 72조 원)에 이를 듯하다. 퍼플렉시티는 틱톡의 방대한 동영상 데이터를 융합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확보해 AI 검색 서비스를 한층 진화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서비스 이용자가 김치 제조법을 알려달라고 질문하면 AI가 문자(텍스트)로 설명할 뿐 아니라 김치 제조 동영상까지 함께 곁들이는 식이다. 합병 성공 시 퍼플렉시티는 챗GPT 등이 주도해온 텍스트 기반 AI 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역량을 갖추게 된다. 우리도 이 같은 산업 패러다임 격변에 대비해 AI 기술 개발 및 멀티미디어 데이터 확충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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