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았는데 양국 관계를 ‘성공’이냐 ‘실패’냐고 물어본다면 저는 ‘성공’이라고 평가합니다. 일본과 한국은 지난 60년 동안 정치·경제·사회·안보·문화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고하리 스스무(사진) 시즈오카현립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19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쪽과 식민 지배를 받았던 쪽이 이렇게 긴밀히 협력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내 학자들 중 ‘한국통’으로 꼽히는 고하리 교수는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 박사 과정을 다니다 중퇴했다. 또 주한일본대사관에서도 근무했으며 ‘한일의 미래상: 문화에 대한 열광과 외교의 균열(2024, 오누키 도모코 전 마이니치신문 서울특파원 공저)’ ‘최서면과 한일 정관재계 인맥: 한국 지일파 지식인의 구술사(2022)’ ‘문재인 정부 시대의 한국 사회·정치와 한일관계(2021)’ 등 다수의 한국 관련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에 대해 고하리 교수는 지난 60년간 두 나라의 격차는 크게 줄어 한쪽이 아닌 함께 번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세계경제전망의 달러화 기준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추정치는 일본이 3만 2860달러, 한국이 3만 6130달러로 한국이 약간 더 높다”며 “일본이 10배 가까이 높았던 1970년대 초반과 달리 양국 모두 번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언론이 양국 관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하리 교수는 “양국의 언론들이 활발히 교류하고 대화의 채널 및 테이블은 무수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단 한국과 일본 언론들은 상대국에 대해 무작정 부정적으로만 평가하고 보도해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양국이 과거 한때 불편하고 불행한 관계였지만 지금은 긴밀한 협력으로 서로 함께 번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본과 한국 언론은 극복해야 할 사안을 지적하고 이견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면서도 ‘교류’ ‘협력’ ‘번영’의 실체도 공정하게 평가하는 논조를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하리 교수는 두 나라가 그동안 실시했던 상호 협력과 관련한 협정들 가운데 지난해 9월 체결한 ‘제3국 내 한국 및 일본 재외국민보호 협력에 관한 각서’를 특히 높이 평가했다. 그는 “2023년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자 한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군용기를 띄워 한국인 163명을 대피시켰는데 당시 일본인 51명도 탑승시켰다”며 “이후 일본 정부가 파견한 자위대 항공기에 일본인 60명뿐 아니라 한국인 18명에게도 자리를 제공했다. 이런 상호 협력이 바탕이 돼 두 나라는 제3국에서 비상시 서로 도울 수 있는 협력을 제도화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런 상호 협력 각서는 한국이나 일본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즉 상대국을 싫어하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집권을 해도 ‘자위대 항공기에 한국인은 타지 말라’거나 ‘한국 군용기에 일본인은 타지 말라’고 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일본과 한국 두 나라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후퇴하지 않는 한일 간 협력 관계”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주요 동맹국인 미국에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이 들어섬에 따라 한일 간 상호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고하리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트럼프는 미군(주한미군·주일미군) 주둔 비용과 대북정책·통상정책 등의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과 일본에 많은 난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며 “2023년 8월 한미일 3국 공동 비전인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 담긴 안보·경제·사회·기술 등 다양한 협력 메뉴도 수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노루가 세 마리면 범을 잡는다’는 말이 있는데 일본도 한국도 노루는 아니지만 트럼프는 범과 비슷할 수 있다”며 “한일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에 대해 양국은 ‘노루 두 마리’가 돼 트럼프의 마음을 유연하게 만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한국과 일본은 단순한 ‘이웃 나라’가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이 함께 번영한 ‘동등한 경제 수준의 나라’이기 때문에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두 나라가 전 지구적 과제 해결에 공동으로 기여할 수 있는 협력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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