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에도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한해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을 추가 연장할지 고심하고 있다. 추가 연장을 두고 노동계는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한다고, 경영계는 인력난·기업 상황 탓에 불가피하다고 상반된 입장을 편다. 연장 여부는 정부가 현 경제 상황을 얼마나 나쁘게 판단하는지에 달렸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내년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 연장을 막판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올해 연장 여부를 12월 말에서야 결정했다. 만일 연장이 이뤄진다면 3년 연속 계도 기간이 주어진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현장 의견을 들으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는 계도 기간 연장에 대한 찬반 입장이 명확하다. 노동계는 연장에 대해 주 52시간제를 형해화한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2018년 주 52시간제 시행은 기업 상황을 고려해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이후에도 추가 계도 기간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한 점도 노동계의 반감을 불렀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원래대로라면 30인 미만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시행해야 한다”며 “추가 연장은 정부가 법을 무력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추가 계도 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계도 기간 연장 대상인 중소기업이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는다는 점, 재정난으로 고용을 통해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점이 주요 근거다. 여기에 30인 미만 사업장의 8시간 추가근로제가 지난해 일몰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근로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는 근로자 사이에서도 나온다. 기업 상황을 고려하고 연장근로 수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11월 부산·울산 중소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201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설문을 한 결과 43.3%가 3개월 내 주 52시간제를 넘어 초과근무했다. 근무 이유를 묻자 ‘짧은 납기’가 37.4%로 가장 많았고 수주 물량 증가(34.4%), 일손 부족(15.3%)이 뒤를 이었다. 특히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 후 생활비 충당을 위해 투잡 또는 가족의 경제활동 여부에 대해서는 41.3%가 ‘있다’고 답했다. 50.7%는 ‘급여소득을 늘리기 위해 주 52시간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고용부는 올해 계도 기간을 연장할 때 소규모 사업장의 상시적 인력난과 경제 상황 어려움, 8시간 추가근로제 일몰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추가 연장 여부도 경제 상황이 주요 기준이 된다는 의미다. 또 고용부는 계도 기간이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한다는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계도 기간이라도 근로시간 위반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제재는 다른 사업장과 동일하다. 다만 위반이 확인될 때 추가적으로 3~6개월 시정 기회가 주어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