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낸드플래시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상장을 통해 키옥시아는 재무 안전성을 높이고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금을 확보해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키옥시아에 간접투자해 투자금 회수 시기 등을 저울질하는 SK하이닉스와 세계 1위 낸드 기업 삼성전자 모두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18일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에 입성한 키옥시아는 오전 9시 공모가 1455엔(약 1만 3600원)보다 15엔(1.0%) 낮은 1440엔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스마트폰·컴퓨터(PC)용 낸드플래시 수요 부진으로 시황 개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키옥시아 주가는 개인투자자 등의 매수세에 힘입어 한때 1689엔까지 상승했다. 종가는 공모가 대비 146엔(10.0%) 오른 1601엔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630억 엔(약 8조 1000억 원)이다.
키옥시아는 당초 10월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반도체 업황 둔화가 장기화된 상황에서 시총이 목표한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자 상장을 미룬 것으로 파악된다. 키옥시아는 내년 이후 AI용 낸드플래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이번 상장을 결정했다. 하야사카 노부오 키옥시아 최고경영자(CEO)는 상장 후 기자회견에서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AI용 반도체 증설과 차세대 제품을 개발하는 데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키옥시아는 내년 9월부터 이와테현 공장에서 데이터 전송 속도를 80% 높인 최첨단 반도체를 증산할 예정이다. 닛케이는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충해 AI 관련 방대한 데이터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평가했다.
키옥시아는 SK 하이닉스가 4조 원 가량을 투자해 지분을 간접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여기에 최대 15%를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도 보유하고 있다.
키옥시아가 이번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을 생산시설 증설 등에 쓰겠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낸드와 같은 범용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이 늘어나면 시장 1·2위인 양사가 모두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여서다. 현재 낸드 시장은 인공지능(AI) 서버에 쓰이는 기업용 고성능솔리드스이트드라이브(eSSD)와 범용 제품으로 나뉘어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구체적 경영에 관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낸드 시장에서는 아직 주도적 우위를 쥐고 있는 삼성전자가 감산에 나서 첨단 제품 중심으로 제품군을 재편할지 아니면 ‘치킨 게임’에 나설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9%로 1위이며 SK하이닉스(22.1%), 키옥시아(13.8%), 마이크론(11.8%) 등의 순이다. SK하이닉스는 보유한 키옥시아 지분을 일부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하는 등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업계에서는 낸드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만큼 SK하이닉스가 당장 키옥시아 지분을 팔아치우기보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전략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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