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데 치료도 받지 못하는 환자들만 정말 불쌍합니다. 직무유기도 살인입니다. 꼭 흉기를 사용해야만 살인이 아닙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 휴진에 나선 첫날인 18일 오전. 여의도 성모병원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로비 접수창구 앞 좌석만 3분의 1가량 대기하는 환자들로 차 있었을 뿐, 어떤 의자는 좌석 8개가 통째로 공석이었다.
이날 뇌졸중 증상을 보인 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방문한 오 모(40) 씨는 긴급한 상황 속에서도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취재진에게 하소연을 했다. 그는 “어제 아버지가 뇌졸중 증상을 보여 원래 통원하던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로 가려했지만, 뇌 검사를 받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라며 “고대, 한양대 등 다른 병원 응급실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모두 ‘다른 곳을 알아보라’며 환자를 외면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05년생 자녀의 보호자 한 모 씨는 “우리 의사 선생님은 휴진 동참 안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라며 “현재 항암 8차를 마친 상태고 3차가 남아 있는 상황인데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 졸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소속 교수들이 내달 4일부터 재차 휴진에 들어간다고 밝힌 서울아산병원에 방문한 환자들의 근심은 더욱 깊다. 파킨슨병 검사를 받으러 이날 병원에 방문한 60대 박 모 씨는 “오늘 검사는 진행되지만, 공교롭게 집단 휴진 예정일인 내달 4일에 오늘 검사의 결과를 듣기로 해서 걱정이 앞선다”라며 “검사 결과에 따라 다음달 10일 약 처방도 받기로 했는데 혹시라도 일정이 밀릴까 우려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암 환자인 삼촌과 함께 3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한다는 40대 박 모 씨는 휴진 소식을 듣지 못했다며 놀란 눈치였다. 박 씨는 “오늘은 운 좋게 휴진을 하지 않는 교수님을 만났다 해도, 다른 교수들이 휴진을 하는 필요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라며 “의대 인원증원이 많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정확히 무엇인지 궁금히고, 그냥 막무가내로 반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협은 집단 휴진에 들어갔으며, 오후 2시께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총궐기대회를 강행한다. ‘빅5’ 대형종합병원 소속 의사들도 이에 동참할 계획이다. 일부 지역 병의원 개원의들도 이날 자체 휴진을 하며 의협의 집단 행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1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8일 휴진 신고를 한 의료기관은 전체 3만6371곳 중 1463곳(4.02%)이다. 복지부는 개원의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진료 여부를 점검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14일 임현택 의협 회장 등 집행부 17명에게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리고 공문을 우편으로 발송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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