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공연이 좀처럼 열리지 않던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K-팝 인기 가수가 대거 입성한다. 다음 달에는 그룹 세븐틴이, 5월에는 임영웅이 공연을 열며 9월에는 아이유도 공연을 예고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약 6만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 경기장으로, 무대를 설치하면 약 4만5000석이 확보된다. K-팝 공연이 다수 열리는 KSPO DOME(1만5000석), 고척스카이돔(2만5000석)보다 훨씬 큰 규모이며, 현재 공사에 들어가 행사 개최가 불가능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을 제외하면 현재 서울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설이다.
과거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는 주로 K-팝 합동 공연이 열렸으나, 이마저도 자주 열리는 편은 아니었다. 2019년과 2021년 '드림콘서트'가 이곳에서 개최된 바 있으며, 가수 단독 공연으로는 가수 싸이와 지드래곤이 지난 2013년과 2017년 각각 공연을 연 바 있다. 올해처럼 가수의 단독 공연이 상반기에 잇따라 열리는 건 이례적인 셈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측은 서울경제스타에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프로축구, A매치 등 축구 일정 및 잔디 관리 필수기간 등을 제외한 잔여 일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관을 해 왔다. 다만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국내 공연이 전반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고, 금년에는 잠실주경기장의 리모델링 공사로 인한 서울시 내에 대형 공연장 부족 현상으로 더욱 수요가 증가하게 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곳이 축구 경기장으로 운영되는 만큼 K-팝 공연이 축구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지난해 8월 열린 '잼버리 K팝 콘서트'를 두고서는 축구 팬들의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잔디 훼손 문제 때문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측은 지난 2021년, 10년 이상 쓸 수 있는 하이브리드 잔디를 구축하는 데 10억 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잼버리 콘서트' 탓에 잔디 곳곳이 훼손돼 긴급 복구에 나서야 했고, 축구 팬들과 관계자의 빈축을 샀다.
실제로 그간 서울 월드컵경기장은 잔디 훼손을 우려해 경기장의 본디 목적인 축구 경기가 아닌 공연 등의 목적으로는 대관을 까다롭게 진행해 왔다. 그러나 K-팝 공연 시장 규모가 커지고 국내 대관 부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결국 문을 여는 모양새다.
이러한 흐름 속 기관은 잔디 관리에 신경 쓰며 차츰 문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측은 서울경제스타에 "개최되는 문화 행사의 경우 대관 공고 시에 잔디 훼손 관련 유의 사항을 담고 있는 잔디그라운드 사용 매뉴얼을 사전 안내 및 공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잔디 훼손에 따른 원상복구 사전 동의제도도 병행하고 있다"라며 "공연 무대 설치 및 공연 진행 시에는 불필요한 잔디그라운드 출입을 제한하는 등 행사 전 과정에 걸쳐 잔디 훼손을 막기 위한 철저한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를 시작으로 K-팝 가수의 '상암벌' 공연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만 석 이상의 초대형 공연장으로써 해외 팝 스타를 비롯한 인기 K-팝 가수의 대형 공연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서울 월드컵경기장 측은 "프로축구, A매치 등 축구 일정 및 잔디관리 필수기간 등 축구 경기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 다양한 행사 대관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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